[편집자주]뉴스1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알고보니'를 연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그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사안을 풀어 쓰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알고 나면 손해 보지 않는 꿀팁'이 되도록 열심히 취재하고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 주부 송현경씨(가명·35·여)는 몇달 전 남편 김민재(가명·39·남)씨의 카드 결제 내역을 보고 화들짝 놀랬다. 유명 인터넷 방송 여성 게임 BJ A씨에게 매달 수 백만원을 후원하며 '큰손' 노릇을 해왔던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송씨는 남편에게 "몸만 함께 있는 것이지, 정신은 온통 A씨에 팔려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바람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실제로 BJ를 만난 적도 없으며,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실 그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남성 유저와 결혼식을 올리고, 일년 째 다정하게 채팅을 나누는 송씨를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
부부싸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불륜을 저질렀다"며 서로를 탓하던 이 둘은 결국 가정법원으로 향했다.
이 둘 중 외도를 한 것은 누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송씨의 사례가 민법 840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재판상 이혼원인인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외도)'에 해당한다.
2013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부부관계의 '부정행위'를 상간남(녀)와의 육체적인 행위에 한정하고 있지 않다. 성관계에 이르지 않았으나 배우자 외의 다른 사람과 깊은 애정 표현을 나누는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모두 부정행위를 했다고 본다. 부부간의 신뢰 관계를 깨뜨렸다는 이유에서다. 송씨처럼 정신적인 외도만 있는 경우에도 재판 이혼을 청구하거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정서적 외도에 해당할까. 단순히 친밀하게 문자를 주고 받았거나, 전화를 수십 통 주고받았다는 것 만으로는 외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랑해' '여보' '자기' '보고싶다' 등 애정표현이 있거나, 성적 행위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과감하게 드러낸 내용, 현재의 배우자를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내용 등이 있는 경우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의심이 간다고 할 지라도 다짜고짜 상간자의 직장에 찾아가 소리를 지르며 사실관계를 캐묻거나, 배우자와 상간자에게 미행을 붙이는 불법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차량 블랙박스, 잠기지 않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제 3자의 증언 등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좋다.
물론 김씨는 송씨와 인터넷 게임에서 결혼식을 올린 유저, 즉 상간남을 상대로도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상간남 또한 송씨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이어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혼 소송 또한 소제기 기한이 있다. 민법 제 841조에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부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청구가 불가하다고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는 혼인파탄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김씨의 사례는 민법 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 여성 BJ에게 수 백만원을 후원한 사실로 인해서 부부 간의 신뢰를 깨뜨렸고, 결국 파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만일 김씨도 사례에 나오는 BJ를 짝사랑하는 관계에서 상호 교류하는 관계로 발전됐다면 '부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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