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韓 수입액 하락폭, 대만 이어 두번째
지난해 1~2월 16.6%에서 8월 1.0%
9월 -0.3%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
이후 반등 없이 올해 1~2월 -29.0%
지난해 1~2월 16.6%에서 8월 1.0%
9월 -0.3%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
이후 반등 없이 올해 1~2월 -29.0%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한국의 대중국 무역이 돌파구 없이 추락하고 있다. 중국 내수부진에 한국의 수출 효자품목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면서 중국은 대한국 무역적자를 대폭 줄였다. 올해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장기화, 서방국가의 견제, 글로벌 수요위축, 부동산 시장 냉각 등을 고려해 중국이 올해 경제 기조를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모든 국가에 공통적인 것이 아니다. 일본은 오히려 착실히 무역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한국에 내줬던 중국의 2위 교역국 자리를 올해 초 다시 가져갔다. 중국과무역 분쟁을 겪었던 캐나다, 호주 등도 실익을 챙겼다. 중국 통계 데이터에서 한중 무역의 현 상황을 들여다봤다.
■中, 韓무역적자 106억달러→3억달러
12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의 주요 국가(지역)별 수출입 상품 총가치(미국 달러)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대한국 수출액은 240억2600만달러, 수입액은 243억13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수입액이 2억8700만달러 많지만 수출액과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의 한국과 수출입액 격차는 매월 줄어드는 추세다. 월간 통계를 보면 수출입액 격차는 지난해 3월 51억1300만달러에서 상하이 봉쇄가 본격화된 5월 11억33000만달러를 거쳐 6월 7억6400만달러까지 축소됐다. 당시 중국은 한국 등 해외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겠다며 여객기는 물론 선박 화물까지 철저히 통제했다. 이로 인해 중국 각 지역 공항·항만으로 들어온 물류는 길게 수개월 동안 인근 창고에 발이 묶였다. 명분은 소독과 바이러스 소멸이다.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1위 항구인 상하이항도 사실상 기능이 한동안 마비됐다. 중국 정부는 한국, 호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이후 봉쇄가 풀리면서 7월 24억8900만달러, 8월 31억7000만달러, 9월 44억7700만달러 등 다시 격차는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이 있던 10월 14억1400만달러까지 떨어지더니 12월 8억900만달러 등으로 재차 줄었다.
수출입액 차이가 축소된다는 것은 중국이 한국과 무역에서 적자 폭을 좁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3월 역전(대한국 무역수지 흑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중 무역과 관련된 상황도 비관적이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1~2월 기준 중국의 대한국 수출입 격차는 2020년 105억9800만달러, 2021년 92억8300만달러, 2022년 105억7900만달러 등이었다가 올해 2억8700만달러로 대폭 줄었다. 중국 입장에선 작년 1년 만에 무역적자를 102억9200만달러 감소시켰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중국은 춘제(설) 연휴를 고려해 1~2월을 묶어서 지표로 삼는다.
■올 韓수입액 하락폭 -29% 최대
이는 수출액보다는 수입액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년 대비 중국의 대한국 수출액 증감률(연간 누적)은 2022년 1~2월 18.9%에서 6월 17.8%, 11월 11.8%까지 꾸준하게 두자릿수를 유지하다가 12월 들어서야 9.5%로 떨어졌다. 올해 1~2월은 2.1%였다. 중국의 수출이 어렵다고 해도 한국과 무역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진 않았다.
반면 중국의 대한국 수입 증감률은 지난해 1~2월 16.6%에서 8월 1.0%를 거쳐 9월 -0.3%로 처음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후 12월 -6.5%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한차례의 반등도 없이 매월 하향곡선을 그렸다. 특히 올해 1~2월은 -29.0%로 집계됐다.
중국 전체 무역실적의 흐름이라고 위안을 삼기도 어렵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과 유럽연합(EU)을 뺀 단일국가 가운데 중국이 1~2월 수출액 증감률에서 플러스를 기록한 국가는 러시아(19.8%), 남아프리카공화국(14.5%), 호주(3.6%), 한국뿐이다. 바꿔 말해 중국이 이들 국가와 교역에서만 수출 증감률이 상승했다는 뜻이 된다. 다만 러시아·남아공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경제 5개국 모임)이며, 호주는 분쟁 이후 무역 정상화에 들어갔다는 명분이 있다. 반면 미국 -21.8%, 일본 -1.3% 등 대부분 국가에 대한 수출액 증감률은 내려갔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액 증감률 하락폭은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으로 무역보복 조치를 당한 대만(-30.9%)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한국과 달리 러시아(31.3%), 남아공(10.9%), 호주(8.6%) 등은 오히려 상승했다. 한국에만 무역 상호주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연간 수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중국의 대한국 수출입액을 보면 수출액은 2018년 1089억달러에서 2019년 1110억달러, 2020년 1125억달러, 2021년 1489억달러, 2022년 1626억달러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수입액은 2018년 2046억달러에서 1736억달러, 1728억달러로 2년 연속 내려갔다. 2021년엔 2135억달러로 증가했다가 2022년에 다시 1997억달러로 감소했다. 따라서 중국의 무역적자 규모도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2018년부터 957억달러, 626억달러, 603억달러, 646억달러, 371억달러 등의 수치가 나온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보다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38.5% 줄었다.
■日에 또 빼앗긴 中의 2위 교역국
지난해 3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은 중국의 3위 교역국"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내후년엔 2위가 될 수도 있다"고 화답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도 그 해 8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올해 한국은 중국의 2위 교역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기대처럼 지난해 연간 기준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2위 교역국이 됐다. 하지만 그뿐이다. 전체 무역규모는 커졌어도 통계를 보면 중국은 한국과 무역에서 손해를 줄이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이마저도 올해는 다시 일본에 2위 자리를 넘겨줬다. 1~2월 중일 무역액은 499억9500만달러로 한중 483만3900만달러보다 16억5600만달러 더 많다.
일본이 반도체 등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고 대만해협,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문제 등에서 중국과 갈등을 겪어도 대중국 경제·무역에선 꾸준히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中경기 부진으로 올해도 '암울'
중국의 대한국 수입액 증감률이 감소한 것은 우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중국 내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1~2월은 플러스 반등할 것이라고 시장은 전망하지만 춘제의 영향과 기저효과가 적용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중국 제조업·서비스업체 절반 이상은 국가통계국 조사에서 여전히 수요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중국 내에서 소비가 부진하다는 것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맥락이 같다. 한국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목은 반도체이며, 기술이 부족한 중국은 자체 생산능력이 떨어진다.
여기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 지원에도 민영·중소규모 부동산 개발회사의 자금난이 지속된다. 미국의 견조한 고용상황·고물가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중국의 수출도 하방 압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업무보고에 이러한 내용을 모두 리스크 요인으로 제시된 것은 지도부조차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고민은 앞으로도 중국과 무역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2월 중국 수출이 -22.7% 급감한 반도체의 경우 올해 하반기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건설·인테리어 자재 등 중간재를 비롯해 가구 등 소비재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중국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그나마 중간재를 놓고도 중국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 또 중국 정부는 단체관광에 아직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자국 내에서 한국 제품을 차단하는 효과로 파생돼 자국 국산화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이라고 보수적으로 제시한 것은 경기부양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시장에 받아들인다. 중국 경제상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도 0.2%p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유엔 산하 기구들은 지난 1월 발표한 만큼 역시 악재다.
중국 경제 소식통은 "반도체 수출이 굉장히 안 좋다"며 "우리 반도체 수출이 늘려면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올해 대중 수출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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