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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전쟁 여파 유조선 '깜짝 호황' 작년보다 발주량 359% 뛰었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2 18:40

수정 2023.03.12 18:40

올들어 PC선 100만DWT 수주
작년 한해 수주량의 34% 수준
러, 석유제품 수출 금지 으름장에
서방국 더 많은 PC선 필요해져
현대미포조선이 2021년 인도한 50K PC선의 시운전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미포조선이 2021년 인도한 50K PC선의 시운전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지난해 발주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유조선의 발주량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유조선 중에서도 석유화학운반선(PC선) 발주가 크게 증가해 국내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세계 유조선 발주량은 180만DWT(순수화물 적재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359% 증가한 수준이며 지난해 연간 발주량(900만DWT)의 20%에 달한다. 물론 여전히 최근 5년 평균 발주량의 8%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특히 유조선 중에서도 PC선은 확연한 회복세다. 올해 1~2월 PC선 누적 수주는 100만DWT로, 전년 동기 대비 400%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량의 34%에 달하며 지난 5년 평균 발주량의 3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더욱이 올해 발주된 PC선은 전량이 중형 선박인 MR탱커다.
1~2월 MR탱커 발주량은 DWT 기준 지난 5년 평균 발주량의 36%, 금액 기준으로는 42%에 해당한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도 있다. 유럽(EU), 주요 7개국(G7), 호주 등의 러시아 석유 제품 가격상한제가 관련 시장에 불을 붙였다. 러시아는 이 같은 제재에 맞서 가격 상한제 도입국에 석유 제품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서방 국가들은 다른 곳에서 석유 제품을 들여와 해 더 많은 PC선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PC선 발주가 워낙 적었기에 PC선 공급량은 올해 0.5% 증가한 뒤 내년에는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폐선이 없다고 가정해도 선대 증가율은 최근 2년간 1.8~1.9%에 그치는 반면, 선박 수요에 해당하는 해상물동량은 3.7~4.2%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만큼 선주사들의 선박 발주 재개가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C선 선가는 상승세다. 지난해 말 기준 1척당 4350만달러였던 PC선은 최근 4500만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조선 발주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일종의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벌써 PC선 10척을 수주한 상태다.
당장 지난달에도 아프리카 선사와 PC선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총 수주금액은 2375억원이다.
해당 선박은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돼 2025년 8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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