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보훈부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직접 서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창설 후 62년 만에 보훈가족의 오랜 염원이었던 국가보훈부 승격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작년 5월 국가보훈처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부 승격을 가장 중요한 소임으로 여기고 발로 뛰며 노력해왔기에 국가보훈처장으로서, 또 보훈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벅차올랐고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국가보훈부 승격은 역대 어떤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로, '일류보훈'을 국정의 주춧돌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가를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치신 영웅들을 최고의 품격으로 예우하고 이들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이며,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이다.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국가보훈처는 시혜적 개념인 '원호(援護)'에서 국가를 위한 희생에 합당한 예우인 '보훈(報勳)'으로 발전했고, 참전 제대군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외국과 달리 '독립·호국·민주'의 근현대사 흐름을 아우르며 22개 유엔참전국 대상 '보훈외교'까지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보훈의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다섯 차례에 걸쳐 장차관급을 오가며 불안정한 입지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7년 '장관급' 처(處)로 격상되었으나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국무회의 심의·의결권과 독자적인 부령(部令) 발령권이 없는 등 유관부처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의하며 보훈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고 일관된 보훈정책을 펼치는 데 많은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보훈부가 출범하면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갖고 독자적인 부령을 발령할 수 있게 되는 등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국가보훈부로 높아지는 위상만큼 보상금 현실화는 물론, 보훈의료와 복지서비스 혁신 등 보훈정책을 한 단계 격상하는 '일류보훈' 실현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군인, 경찰, 소방, 해양경찰, 교정 등 국가안보의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제복을 입은 분들에 대한 인식개선은 국가보훈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 6일 '안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화마에 스러진 성공일 소방교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온몸으로 지키는 제복근무자들은 대한민국의 영웅들이다. 국가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제복이 더 이상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영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보훈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보훈부 승격 법안 서명식에서 윤 대통령은 "보훈문화는 곧 국격"이라며 "국가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보훈문화의 확산"이라고 당부했다. 제복에 대한 존중문화가 일상화된 미국의 보훈제도도 1988년 레이건 대통령이 제대군인처를 부로 승격하는 보훈처법에 직접 서명을 하면서 제도적 뒷받침을 했기에 가능했다. 우리도 이제 시작이다. 미국, 영국 등 보훈 선진국처럼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예우하는 보훈체계를 통해 국민통합의 마중물이 되고, 제복을 존중하는 보훈문화를 뿌리 내려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국가보훈부의 막중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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