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느낀 FOMC 긴축완화 가능성
속도조절 기대감에 환율 22원 급락
당국 "리스크 확산 가능성 작아"
속도조절 기대감에 환율 22원 급락
당국 "리스크 확산 가능성 작아"
■SVB 사태에 美 과잉긴축 멈추나?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2원 하락한 1317.0원에 거래를 시작, 장중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종가는 1301.8원으로 1거래일 만에 22.4원 하락했다. 2월에도 요동치던 환율은 이달 들어서도 8거래일 동안 등락 폭이 29.0원에 달하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이다.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미국 FOMC 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 전망이 급변한 데다 SVB 파산이라는 변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4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변수가 있지만 달러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이번에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소멸됐다. 오히려 동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하루에 20원까지 빠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환율상승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 FOMC까지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하락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시장의 FOMC 전망도 금리인상 속도조절로 기울었다. 시장은 2월 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견조한 경제지표가 발표되자 빅스텝(한번에 0.50%p 인상)으로 금리인상 전망을 올려 잡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SVB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FOMC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달 FOMC의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韓도 4월 금리동결 가능성 높아져
상황이 이렇다 보니 4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동결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한국은행에서는 3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하회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물가가 잡히는 데다 미국까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들어갈 경우 금리동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이 금리를 0.25%p 인상해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는 게 부담이지만, 환율하락으로 한미 금리차에 따른 부작용도 덜게 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0.25%p를 올리거나 금리를 동결하고 외환시장까지 안정되면 한국은행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SVB 사태 안정 여부에 따라 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연구원도 "지금보다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면 한은이 4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속한 개입으로 당장은 시장 우려를 진화했지만 '불안한 진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환시장 등 국내 시장에도 파급이 미칠 수 있고, 이에 따라 금통위의 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백 연구원은 "이 사태가 진정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 '긴급점검' 잔불끄기 나서
당국에서도 '불안한 진정'을 계기로 금융회사별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당분간 경계감을 갖고 시장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SVB 사태가 금융권의 시스템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원장 주재로 각각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부처·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신영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