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이용한 각종 사기 판쳐
사기범 못잡으면 피해액 되찾을 길 없어
[파이낸셜뉴스]
사기범 못잡으면 피해액 되찾을 길 없어
#1. 지난 1월28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패스트푸드점. 30대 남성 A씨는 중고거래 앱으로 자신이 내놓은 고가의 명품시계를 사겠다며 나온 40대 남성 B씨와 만났다. 시계는 1200만원 상당의 고가의 제품이었다. 잠시 A씨가 음료수를 가지러 간 사이, B씨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시계를 훔쳐 그대로 달아났다. 하지만 B씨는 멀리가지 못하고 뒤쫓아간 A씨에게 붙잡혔고, 이 과정에서 B씨는 주먹을 휘두르며 거칠게 저항하면서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A씨가 끝까지 놓아주지 않자, B씨는 훔친 시계를 놓고 줄행랑을 쳤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지난 달 8일 주거지인 경기도 평택에서 B씨를 검거했다.
#2. C씨는 최근 중고거래플랫폼에서 애플 아이폰13프로 중고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 걸 발견했다. 필요하던 차에 잘됐다싶은 C씨는 물건을 택배로 받기로 하고, 판매자 D씨에게 40만원을 계좌로 입금했다. 사흘 후 택배 상자를 열어본 C씨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상자 안에는 핸드폰 대신 여성용품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C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항의했지만, D씨는 제3자 아이디와 은행계좌를 쓰고 있으니 자신을 추적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을 남기고 종적을 감췄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고 거래에 따른 사기가 판 치고 있어 애궂은 피해자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로 필요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일부 사기꾼들의 사기행각으로 신뢰도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양산을 예방하고 사기범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라도 중고거래 사기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중고거래 사기피해 8만3214건
14일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중고 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총 8만3214건으로 이는 하루 평균 228건꼴로 사기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기 피해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2018년 278억원이었던 피해 금액은 2021년 360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피해 규모는 현재 확정되진 않았으나 신고 피해 건수로 유추했을 때 전년도와 피해액이 대동소이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피해 구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등 물품사기는 현행법(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상 보이스피싱, 스미싱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기통신금융사기의 경우 피해자들은 범죄 피해사실을 소명할 필요가 없다. 은행이 범행에 사용된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하면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계좌 지급정지도 안돼.. 정치권서 특별법 제정 목소리
하지만 중고거래는 사이버금융사기에 해당되지 않는 탓에 범행에 사용된 계좌가 정지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사기범죄자들이 얼마든지 범죄 수익을 빼먹고 달아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 은행에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하기까지 통상 7~10일이 소요된다. 이 사이 문제가 된 계좌가 범행에 계속 동원될 여지가 있다.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 은행에 계좌 지급을 신청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피해액을 돌려받는 절차도 복잡하다. 피해자는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해 사기범이 검거된 이후 배상명령을 신청해야 하는데, 사기범이 검거되지 않거나 반환 불능 상태일 경우 피해액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중고거래 사기범죄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지난해 정기국회동안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사기에 강력히 대응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행 법 개정 등을 통한 제도 개선을 통해 사기 피해로 인한 애궂은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유동수 의원은 "현행법 개정이 쉽지 않다면 중고 거래사기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 예방과 피해액 환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법안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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