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얼굴이 작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얼굴이 작고 날씬한 몸과 이목구비가 뚜렷한, 즉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배우 같은 외모를 선호한다. 미의 기준은 문화와 나라별로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르네상스 시대 여인들은 헤어라인을 뒤로 하거나 속눈썹을 뽑는 것이 유행이었고, 잇몸이 많이 보이는 여성을 미인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 여인들은 눈썹을 화려하게 다듬었고 긴 손톱과 작은 발을 가진 여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전족이란 풍습이 만들어졌다. 일본 여성들은 결혼 후 아름다움과 헌신의 상징으로 치아를 영구적으로 검게 칠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외면뿐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도 중요하며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입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무용수로서 너의 몸에 자신이 있느냐고. 아무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발레는 곧고 긴 다리, 작은 얼굴, 쏙 들어간 무릎, 곧은 발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신체의 미를 위해 혹독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없는 것보다 안 좋은 것. 너무 긴 팔다리는 동작의 민첩성을 떨어뜨리고, 너무 들어간 무릎과 나온 발등은 일자로 곧게 지탱하기 힘들다. 완벽한 몸을 가지고 있는 무용수도 드물며, 단점이 많은 몸을 가지고도 훌륭한 무용수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몸의 단점을 자신만의 노력을 담아 극복해낸다. 아름다운 몸은 많은 장점이 되지만 무용수가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고 영혼이 담긴 춤을 추며 자신의 몸으로 표현하는 작품의 메시지와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는 그것을 능가한다.
나의 눈에 신입생들은 가능성이 많은 훌륭한 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현재 무엇을 가졌는가보다는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이 꿈꾸는 것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이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과 예술이라는 장르는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소중히 빚어서 만들어진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이 빨리 깨닫게 되길 바라며 향기 없는 꽃이 아닌 다채로운 향기를 가지고 그 향기를 아름답게 퍼뜨릴 수 있는 매력적인 꽃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