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국가운영의 근간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거 잇단 위기를 극복했던 힘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과거 튼실했던 나라 곳간은 지난 5년여 방만한 운용으로 급속히 비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적대로 우리의 경우 특히 심각한 것이 빚 증가 속도다. OECD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은 3.2%로, 회원국 평균 2배가량이다.
재정준칙 없이 이대로 계속되면 국가신용도는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국내 안팎에서 경고음이 쏟아지고 있다. OECD는 2060년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이 150%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40여년 후 1인당 국가채무가 1억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불황에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못하는 현실도 심각히 봐야 한다. 지난 1월 국세수입은 전년동월 대비 7조원이나 급감했다. 정부가 올해 책정한 국세수입은 400조원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10조원 이상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지경이다. 세수를 못 채우면 또 빚을 내야 한다. 엄격한 재정관리로 철저히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야당은 이런데도 오히려 30조원 추경 편성을 요구하며 선심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복지가 후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만 되풀이했다. 경제적으로 고단한 시기 긴축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적정한 재정 룰까지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재정준칙은 건전재정 기조를 다지는 첫걸음이다. 미래를 보고 여야가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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