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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부모 잘못이란 뜻 아냐… 태아 심장 조기검진 중요" [심장뇌혈관을 튼튼하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5 18:17

수정 2023.03.15 18:17

(1) 선천성 심장병, 극복할 수 있다
송진영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원인 못찾는 경우 많아 치료에 집중해야
16주 넘으면 산모 복부 초음파로도 보여
동맥관 열린 채 태어나면 숨소리에 잡음
최근엔 1100g 아이도 시술 무사히 마쳐
심방 나누는 벽에 구멍 난 경우도 흔해
성인되면 운동능력 떨어지고 청색증 발생
건강한 성장 위해선 입학 전 정밀진단을
송진영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선천성 및 소아심장병팀장(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선천성 심장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송진영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선천성 및 소아심장병팀장(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선천성 심장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도 출생아 수는 27만여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20만명 대로 낮아졌다. 반면 저체중아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총 출생아 수에서 2.5㎏ 미만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기준 6.8%에 달한다. 2010년엔 5%였다.
아이 울음소리가 귀한 시대가 됐지만 온 사회가 신경 써 돌봐야 할 아이들은 오히려 늘었다는 의미이다. 소아 심장질환의 권위자로 꼽히는 송진영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선천성 및 소아심장병팀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을 만나 심장질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킬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선천성 심장병의 원인은.

▲흔히 선천성 심장병은 태어나면서부터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심장을 가진 경우를 말한다. 심방이나 심실의 중격결손, 판막이상, 혈관의 협착과 이상 등 종류도 다양하다. 유전적 원인, 임신 중 감염 등 일부 밝혀진 원인들도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게 더 많다. 부모를 비롯해 누구의 잘못도 아니란 뜻이다. 치료를 통해 아이들을 건강히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진단이 중요해 보인다.

▲선천성 심장병을 이겨내는 첫 걸음은 정확한 조기 진단에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정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태아 심장을 초기 검진한다. 보통 심장은 태아기 3주에서 8주 사이에 대부분 완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8주가 지나면 진단이 가능하다. 물론 그 이후에도 심장 자체의 성장과 내부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심장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 보다 정밀한 진단을 위해서 선천성 심장병 세부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보통 16주 이상의 태아 연령이 되면 산모의 복부를 통해서 태아의 심장 구조를 초음파 기기로 자세히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할 수 있다.

―아기 중 선천성 동맥관개존증도 있다고.

▲선천성 동맥관개존증은 자궁 내 태아의 혈액순환을 유지하기 위한 동맥관이란 혈관이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한 아기들은 대체로 생후 2~3주가 지나면 자연적으로 막힌다. 동맥관이 열린 채로 있으면 심내막염이나 폐부종과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이 크고 심할 경우 심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신체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거나 심장잡음을 청진한 후 심전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 치료는 중재시술을 통해 동맥관을 막는 게 일반적이다. 동맥관을 막는 얇은 철망으로 된 특수 폐쇄 기구를 심장과 연결된 다리 혈관을 통해 동맥관까지 이동시킨 뒤 기구를 펼쳐 막는다. 문제는 기존 기구는 크기 탓에 6㎏ 이상 자란 이후에나 시술하도록 권장하고 있어 저체중 출생아와 같이 작은 신생아에서는 이 방법으로 치료가 어렵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다학제 협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작은 신생아용 수술기구 피콜로(piccolo)를 사용해 지난 2022년 1540g으로 태어난 아기를 무사히 퇴원시켰다. 당시 국내에서 해당 방법으로 시술한 성공 사례 중 '가장 작은 아이'였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작은 아이들(1100g 2명)도 무사히 시술을 마쳤다.

―심방중격결손의 경우 증상이 없어도 안심할 수 없다고 하는데.

▲심장에는 심방이 두 개가 있는데, 격벽으로 구분돼 있다. 심방중격결손은 좌우 심방을 나누는 벽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구멍이 나있는 질환을 말한다. 가장 흔한 건 여자 아이들에게 많은 '이차공 결손'으로 이때는 판막의 기능은 정상이고 심방 중격에 구멍만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심방중격결손은 어릴 때 흉부 엑스레이 촬영상 심장이 크고 폐 혈류가 증가한 소견을 보이는 것 이외에는 외견상 특별한 증상이 없다.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면서 운동능력 감소와 더불어 피곤함 등을 호소한다. 심장 기능의 감소도 나타난다. 성인이 돼 폐동맥고혈압으로 폐혈관에 변화가 오면 구멍을 통해 혈액이 반대 방향으로 흘러 손과 발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방 부정맥 또는 승모판 탈출증, 승모판 역류 등도 있다. 제 때 치료하지 않고 오래 두면 부정맥, 판막의 폐쇄부전, 폐동맥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학교 입학 전 치료가 필요하다. 매우 안전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고, 최근에는 수술 대신 심장과 연결된 혈관을 통해 특수 폐쇄기구를 넣어 심방의 결손 부위를 막아주는 중재적 심도자술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난원공이 뇌졸중을 일으킨다고도 들었다.

▲뇌졸중 중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게는 약 40%까지도 이른다. 이같은 잠복 뇌졸중 가운데 뇌 색전증에 의한 뇌졸중이면 심장의 병변을 자세히 검사해봐야 한다. 난원공이 발견되는 경우 이 질환이 원인이 돼 뇌졸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난원공은 태아기 때 꼭 필요한 좌우심방의 연결통로로 심방중격결손과는 결이 다르다. 출생 후 막히는 게 정상이지만 남아있는 경우도 15~35%에 이른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진 않지만 간혹 우심방에서 좌심방으로 피가 거꾸로 넘어가는 통로가 될 때도 있어 안심할 순 없다. 몸 안에 존재하던 조그만 혈전이 좌심방으로 가서 여러 장기의 동맥 혈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뇌졸중이다. 뇌졸중의 원인으로 난원공이 의심되면 치료가 꼭 필요하다. 최근 기구 발전으로 주로 사타구니 정맥 혈관을 통해서 난원공을 직접 막는 경피적 폐쇄술로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다. 약 2시간 전후면 시술을 마치고, 바로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선천성 및 소아심장병 환아와 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천성 및 소아심장병 환아와 보호자도 지치고 힘든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의사로 남고 싶다. 당부하고 싶은 건 하나다. 환아와 보호자, 의료진 모두 서로 믿음을 갖는 일이다. 소아심장병은 장기전으로 봐야한다.
치료 기간이 짧아도 환아의 이후 삶은 길다. 병이 중해 치료가 길어지면 말할 필요도 없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병과 싸우다 보면 어느새 건강한 성인이 돼 제 몫을 다하는 사회구성원으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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