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크레딧스위스(CS) 주가가 15일(이하 현지시간) 25% 넘게 폭락하며 사상 최저 기록을 이틀 연속 경신했다.
CS는 연초에도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바 있지만 이번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충격이 유럽을 덮치면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CS 돈 줄 역할을 했던 사우디내셔널뱅크(SNB)가 더 이상 CS에 추가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CS가 흔들리면서 다른 유럽 주요 은행들도 휘청거렸다.
프랑스 양대 은행 소시에테제네럴(SG)과 BNP파리바는 각각 10% 넘게 폭락했고, 독일 도이체방크는 8% 미끄러졌다.
24% 폭락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CS 주가는 스위스거래소에서 사상처음으로 2스위스프랑 밑으로 떨어졌다. 장중 낙폭이 30%를 넘기도 했고,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수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CS는 결국 전일비 24.24% 폭락해 1.70스위스프랑으로 마감했다.
프랑스 SG는 12% 폭락한 21.50유로, 스페인 방코데사바델은 10.5% 폭락한 1.02유로로 마감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8.7% 급락한 9.49유로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일부 은행들도 급락세 충격으로 장중 거래중단이 반복됐다. 몬테데이파스키 은행은 10% 폭락했다.
SNB, 돈 더 못 줘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상업은행이자 CS 최대 투자자인 SNB는 이날 CS에 추가 금융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보도에 따르면 SNB 회장 암마르 알 쿠다이리는 CS에 추가 금융지원을 하면 지분 보유 비중이 10%를 넘게 된다면서 이는 규제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CS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CS에 추가 유동성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SNB의 CS 보유지분 규모는 전체 주식 물량의 9.9%에 이른다. CS가 투자은행 부문 구조조정 등을 위해 42억달러 자본 확보에 나서면서 SNB의 지분 보유가 크게 늘었다.
구제금융 필요
SNB가 CS에는 추가 자금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시장에서는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ABN암로의 은행 리서치 책임자 주스트 보몽은 CS 채권, 주식 가격이 폭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CS에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보몽은 "규제당국이 CS 사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이는 은행 부문 전체에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인 것은 지금 대서양 양쪽(미국과 유럽)에서 은행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CS 위기는 전날 SVB 충격파를 딛고 큰 폭으로 올랐던 뉴욕증시에 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미 은행들이 급락하면서 오후장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00p 가까이 급락해 1.8% 내린 3만1584로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 하락한 3855, 나스닥지수는 1% 내린 1만1312를 기록하고 있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2% 폭등한 28.91을 기록 중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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