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 공작원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고 여론 분열을 조장하라'고 지령 받은 뒤 국내 정세 등을 수집해 북측에 보고한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한 이적단체 '자주통일 민중전위'(이하 자통) 관계자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자통 총책 황모 씨(60)과 정모 씨(44)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범죄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해 자통을 결성한 뒤 2019년 6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과 공작금 7000달러(약 920만원)을 수수하고 지령에 따라 국내 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단체는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기구 문화교류국의 통제 아래 움직였으며,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접선하거나 인터넷 등으로 지령을 받은 것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북한은 자통에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반미·반정부 투쟁과 여론전, 노동자·농민·학생 단체 조직을 내세운 촛불시위와 기자회견 개최 등을 통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중투쟁 전개 등의 지령을 내렸다.
2021년 4월 당시 ‘윤석열 후보 대망론’이 제기되자 북한은 자통 댓글팀에 “‘대망론은 보수난립을 노린 여당의 술책’이라는 괴담을 유포하라”고 지시했으며, 지난해 5월 서울 한·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반미자주의식을 높이기 위한 투쟁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통 조직원들은 지령에 따라 반미·반보수 관련 집회에 참여하고, 반일 감정 확산 활동을 지시하는 등 여론 분열을 시도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같은 해 11월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제2의 촛불국민대항쟁' 등을 통해 퇴진 요구 투쟁을 전개하라는 지령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카드 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고, 농민·학생 관련 각종 시민단체 또는 노동조합에도 침투해 조직원을 포섭했는데 이는 모두 북한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북측이 하달하는 지령에 유튜브 침투나 인터넷 괴담을 유포하고, 2030세대 포섭하는 등 한국 사회 변화에 맞춰 북한 대남공작도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통은 보안 유지에 철저했다. 북한과 자통은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기밀 정보를 암호화해 숨기는 기법)을 이용해 문서를 암호화한 뒤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려 공유하는 식의 통신방법을 썼다. 자통은 북한 공작원을 접선할 때 미리 약속된 상호 인식 방법을 사용했고, 수사기관의 미행을 수시로 확인했다. 또 발각 시 보고자료가 저장된 이동식 저장매체(USB)를 부숴 삼키자고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주거지를 압수수색 당하자 암호화된 USB가 든 지갑을 창밖으로 던지며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공안몰이'를 주장하며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검찰 조사는 무산됐다.
검찰은 "배후에 가려져 있는 추가 공범을 계속 수사해 자통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진술 거부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지령 이행' 부분 등도 계속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 씨 등 4명의 재판에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공판팀을 이뤄 직접 공소 유지할 예정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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