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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韓日 미래지향 발전 첫발" [한·일 정상회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6 18:19

수정 2023.03.16 21:08

尹대통령 첫 訪日
尹대통령·기시다 85분 회담
日, 3대 반도체 소재 규제 풀고 우리정부는 WTO 제소 취하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도 선언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청신호
넉달만의 악수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 이후 4개월여 만이며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2019년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후 4년 만이다. 연합뉴스
넉달만의 악수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 이후 4개월여 만이며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2019년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후 4년 만이다. 연합뉴스
【 도쿄(일본)=서영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그동안 양국 관계를 가로막던 걸림돌들을 걷어냈다. 이에 따라 일본은 3년6개월 만에 3대 반도체 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역시 완전 정상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일본은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WTO 제소를 철회했다"며 "상호 소위 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해서도 조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긴밀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판단 아래 단행됐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로서는 이 조치를 대단히 엄중한 상태에 있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일본의 환영 의사에 윤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위해 구상권 청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날 약 85분간 밀도 있게 진행된 정상회담은 소인수회담을 거쳐 확대회담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열린 소인수회담에서는 안보 관련 논의가 주를 이뤘다. 소인수회담을 통해 양국은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에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해법 발표로 인해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발전한다면 양국이 안보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확대회담의 주요 의제는 주로 경제분야에 집중됐다. 일본이 정상회담에 맞춰 반도체 소재 품목 수출규제를 풀고, 한국은 WTO 제소 취하로 화답했다. 이후 관련 절차를 밟으면 해당 규제 조치들은 자연스럽게 2019년 이전 상태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민간에서 희소식이 전해졌다. 각각 한일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이날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가 교류하며 상호 이해를 심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점에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다. 이런 차원에서 오늘 양국 경제계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기금의 설립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한 의미 있는 교류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그동안 단절되다시피했던 외교적 교류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2년간 단절됐던 셔틀외교를 복원시키고 미래세대를 위한 한일 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텄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셔틀외교의 복원은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은 외교, 경제 당국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포함해 다양한 협의도 이어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공식기자회견 이후 공식만찬과 친교행사를 소화했다. 특히 친교행사는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양식집인 렌가테이에서 배석자 없이 진행됐다.


1895년 창업한 렌가테이는 일본식 포크커틀릿인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으로, 일본 정부는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해 친교행사 장소를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sy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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