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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오빠" 썼다간 징역 6년...北 주민들 '평양말' 맹연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7 05:35

수정 2023.03.17 05:35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작년 11월 6일 공개한 평양 중구역 거리 출근길 주민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사진=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작년 11월 6일 공개한 평양 중구역 거리 출근길 주민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 당국이 최근 한국말을 괴뢰(남한을 비하하는 표현)말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하자 주민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배운 한국식으로 고정된 언어습관을 고치기 위해 '평양말'을 연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 당국이 한국말을 없애기 위해 '평양 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하고 주체성과 민족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이미 한국식 말투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평양말을 따로 연습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한국식 언어습관은 "오랜 세월 꽉 막힌 체제에서 '장군님 만세'만 외치던 주민들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유롭고 매력적인 한국식 생활문화와 말투에 매력을 느껴 이를 따라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한국말이 얼결에 튀어나와 처벌받을까 염려돼 조선(북한)식 말투를 연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 1월17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고 남한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법에는 남한말을 쓰면 6년 이상의 징역형, 남한 말투를 가르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보는 대상은 불법 영상물을 단속하는 사법일꾼들과 간부들, 그 가족, 친척들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체제를 보위하고 지켜야 할 사법일꾼들이 오히려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빠져 한국식 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사람들이 '오빠', '자기야', '사랑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한국 영화를 귀에 익고 입에 오를 정도로 봤다는 증거"라며 "당에서 평양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자 최근 주민들이 기래서(그래서)나 알간(알겠니) 등 평양말을 연습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요즘 일반 주민들도 평양 표준어 연습을 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은 입에 붙어 습관이 된 한국말을 바꾸려고 연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단속에 걸려 처벌받을 게 두려워 평양말을 연습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당국에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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