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공짜 야근 없애야죠"
최근 논란이 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주69시간)에 대한 MZ세대들의 반응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공짜 노동'을 만드는 포괄임금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MZ세대들은 '포괄임금제'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주52시간을 시행하는 지금도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연장근로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데 69시간제까지 도입된다면 사실상 '공짜 야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포괄임금제'(포괄연봉제)는 근로계약 체결 시 법정기준 노동시간을 초과한 연장, 야간근로 등이 예정돼 있는 경우 계산 편의를 위해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박모씨(32·남)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삶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기 전엔 정말 야근을 밥 먹듯 했다"며 "뭐 업계 특성도 있어서 이해는 했지만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니 회사 차원에서 야근을 아예 줄였고, 체감상 야근 총량이 50%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윤모씨(34·남)은 지난달 연말정산으로 인해 야근을 했지만 제대로 야근 수당을 인정 받지 못했다.
윤 씨는 "솔직히 연말정산 있고 연초에 바쁘면 주 69시간 넘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회사 자체가 포괄임금제를 운영해서 야근을 해도 돈을 제대로 안 준다. 진짜 공짜 야근 너무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기업 협력사에 다니는 A씨도 "주변에 정시 퇴근하는 사람 거의 없다"면서 "원청에서 원하는 일정 맞추려면 뭐 야근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52시간이든 주69시간이든 바뀐들 제때 퇴근할 수 있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노동하면 돈이라도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 포괄연봉제라서 돈도 제대로 안 줘서 근로 의욕이 안 생긴다"며 "만일 야근비만 제대로 측정해서 주면 일의 효율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은 연장·휴일·야간 등 초과근로 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과근로 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응답한 직장인 10명 중 3.5명(34.7%)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직장갑질119는 "포괄임금제는 한국의 직장에 퍼진 악성 암세포로 오남용을 감독할 수준이 아니라 전면 금지해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공짜 야근을 낳는 포괄임금은 규제가 아니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노무법인 노동과인권 노무사는 "포괄임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야근을 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일을 더 해도 돈을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도 포괄임금제가 장시간·중노동을 만드는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포괄임금제는 저임금 더하기 장시간노동으로 생각한다"고 포괄임금제의 문제에 대해 인정했다.
대통령실 역시 지난 15일 "노동 약자가 걱정하는 것 중에는 포괄임금, 일은 시키고 수당은 안 주려는 것 아니냐, 한 달 휴가를 보내는 것이 가능한 거냐, 이런 것도 있다"며 "같이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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