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촉발된 금융불안으로 이달 들어 사라진 전세계 주요 은행들의 시가총액이 4950억달러(약 64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VB 붕괴가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일본 은행들까지 휘청거리게 했다면서 이들 3개 지역 은행들의 시총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3년 만에 최대폭 감소
이달 들어 미·일·유럽 은행 시총은 16% 감소해 2020년 3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시총 감소 충격이 가장 큰 곳은 그 중심지인 미국이었다.
KBW은행지수가 이달 18% 급락했다.
유럽스톡스600은행지수는 15%, 일본 토픽스은행업종지수는 9% 하락했다.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시장 패닉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부분적으로만 성과를 냈다.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등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 11 곳이 3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던 캘리포니아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11개 은행들의 구제금융 소식이 나온 16일 10% 폭등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 17일 33% 폭락했다.
골드만삭스, 채권거래로 2억달러 손실
SVB로부터 시작된 금융불안은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에도 충격을 줬다.
특히 대형 은행들의 채권 거래창구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불안으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이때문에 연준 금리정책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고, 대형은행들의 금리상품 트레이딩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만은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금리상품 거래와 관련해 약 2억달러 손실을 입었다.
유럽, 약한고리 CS 휘청
대서양 건너 유럽 은행권도 쑥대밭이 됐다.
유럽 은행권의 가장 약한 고리로 떠 오른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CS)를 연결고리로 삼아 프랑스 양대 은행 소시에테제네럴(SG), BNP파리바 등이 하락세를 지속했고, CS는 다시 추락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이 16일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6000억원) 긴급 신용지원을 제공하면서 상승 반전했던 CS는 17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주가가 8% 급락했다.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졌다. 이날 CS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준으로 치솟았고, CS 회사채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편 CS는 현재 UBS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CS의 부유층 고객자산 관리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을 UBS에 매각하고, CS는 스위스에서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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