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미국에서도 SVB 붕괴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2019년부터 SVB의 위험관리 시스템에 여러 번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경고에도 자체 해결이 없으면 당국은 시정 혹은 강제조치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 선진국이라는 미국조차 SVB 사태가 터진 뒤에야 규제당국 책임론이 거론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금융리스크 관리에 따르는 책임 논란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SVB 사태가 불러올 나비효과가 한국 금융에 미칠 영향력은 아무도 추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덩어리가 금융 시장의 뇌관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SVB 사태 이전부터 우리나라 부동산 PF 시장은 유동성 과다와 금리상승,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비용 상승, 주택가격 하락 등 악재 리스크에 노출돼 있었다. 이미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호를 훌쩍 넘어섰다.
금융부실 뇌관이 터졌을 때 작동해야 할 금융안전망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가령 우리나라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상향하자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예금보호 한도가 무려 25만달러(약 3억2700만원)인 미국에서도 SVB 사태를 계기로 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부실 발생 시 정부기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시나리오도 취약하다. 금융부실 채권이 발생할 경우 처리하는 배드뱅크 제도가 구멍이 난 상태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자산 및 채권 정리를 위한 상설기금을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평상시에 정상 작동해야 할 금융안전망이 취약한데 금융 선진국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겠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 금융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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