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자주 발송되는 재난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동일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지자체마다 따로 보내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시민들이 동일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하루에 4~5개 수신하는 경우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문자 발송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1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3월 14~20일) 전국에 발송된 재난문자는 총 156건이다. 미세먼지 경고와 실종자 찾기 문자가 주를 이룬다.
재난 문자는 지진, 태풍, 홍수, 산사태, 감염병 등 자연재해와 화재, 교통사고, 실종 사고 등 사회 재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해 발송되는 문자 서비스로 지난 2005년부터 전국에 송출되기 시작했다. 재난문자는 재난 정도에 따라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 문자로 나뉜다. 위급문자는 국내에 전쟁이 발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문자(60㏈ 이상 울림)로 수신 거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긴급재난 문자(40㏈)와 안전안내 문자(일반문자 수신 소리)는 수신 거부가 가능하다.
문제는 도입 의도와 달리 최근 늘어나는 재난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3년간을 놓고 보면 재난문자가 14만5000여건에 이른다. 연간 5만건 가까운 수치다.
직장인 손모씨(37)는 "휴대폰으로 사무를 보다 뜨는 알람에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며 "정말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만 재난 문자가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반복적으로 보내지는 재난문자에 불만이 많은 분위기다. 김모씨(41)는 "막상 진짜 재난이 와도 (재난문자를) 아무도 안 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 1월 25일에는 다음날 서울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재난문자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는 물론이고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모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이날 서울 시민들은 눈을 예보하는 재난문자를 하루에 4~5개를 연속해 받기도 했다.
봄이 되면서는 미세먼지 관련 문자가 반복되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35)의 경우 지난 20일 받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관련 문자를 3통 받았다고 한다. 그는 "미세 먼지가 굳이 재난 문자에 속하는지도 모르겠다"며 "결국 문자 내용의 요지는 '손씻기' 따위인데 굳이 긴급하게 보낼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재난문자 차단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남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피로감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재난문자를 차단하면 정작 중요한 재난 관련 소식을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재난의 경중에 따라 중요한 재난은 의무적으로 문자로 안내하되 낮은 수준의 안전 지침은 간단한 알림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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