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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연금개혁 성공엔 마크롱식 결단력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1 18:03

수정 2023.03.21 18:03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법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20일 프랑스 의회에서 '64세 안 돼', '거리로 나가자' 등의 구호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법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20일 프랑스 의회에서 '64세 안 돼', '거리로 나가자' 등의 구호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시밭길을 걷는 프랑스의 연금개혁 행보가 먼 나라 남의 일 같지 않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이며 낳은 사회적 대혼란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는 평행이론이 떠오른다.

프랑스 정부가 의회 입법절차를 무시한 채 밀어붙인 연금개혁안에 반발해 야권이 제출한 총리 불신임안 두 건이 하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의회 입법절차를 건너뛰면서 강행한 연금개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프랑스의 지난한 개혁 과정을 지켜보면 윤석열 정부가 과연 연금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프랑스 연금개혁의 추진력은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을 건 벼랑 끝 전술에 있다. 연금 수령조건이 불리해지면 민심의 반발을 부르는 것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마찬가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이득보다 연금고갈에 따른 재정파탄을 막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개혁안을 몰아붙였다. 마크롱의 진정성은 프랑스의 불리한 정치여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파업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지지율은 65%에 이른 반면, 마크롱의 지지율은 28%에 그쳤다. 마크롱이 감내해야 할 정치적 대가도 만만찮다. 개혁안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주요 입법 과정에 거대야당의 비토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게 생겼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떤가. 연금개혁을 주제로 2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전문가들의 난상토론으로 소득도 없이 헛물만 켰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 내부 논의된 보험료율 인상 수치가 공개된 게 개혁의 힘을 뺐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화들짝 놀란 정치권이 민간자문위의 보고안에 가르마를 타면서 합의안 도출의 동력도 떨어졌던 것이다.


연금개혁은 눈앞의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가의 미래만 봐야 될까 말까 한 어려운 과제다. 오죽하면 영국과 함께 근대 민주주의의 산실인 프랑스의 대통령이 의회 입법절차를 패싱한 채 연금개혁을 밀어붙였겠는가. 개혁에 성공하더라도 실익보다 내상이 큰 '피로스의 승리'가 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오직 한국의 미래만 생각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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