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23 탑재 전술핵, 넓은 지역 민간인 살상, 신속한 핵 반격에 용이
북핵 완성단계 실존 위협 상정 대응 시점... "한미 작계 개념 전환 등 대응 시급"
[파이낸셜뉴스]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북한은 19일 오전 “적 주요 대상에 대한 핵 타격을 모의한 발사훈련”을 했다며, 발사한 미사일 탄두가 목표 지점인 동해상 800m 상공에서 정확히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북핵 완성단계 실존 위협 상정 대응 시점... "한미 작계 개념 전환 등 대응 시급"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핵폭발 조종장치와 기폭장치의 신뢰성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탄두 공중폭파 실험을 한 적은 있지만 핵탄두 사용을 가정한 공중폭파 훈련의 성공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美 미사일 전문가들은 공중폭발은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며 다만,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2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서 미사일 전문가인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마커스 실러 대표는 핵탄두 공중 폭발은 전형적인 핵 공격 방식이라며 “핵무기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1km에서 최대 5km 고도 상공에서 폭발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에 실제로 공중폭발 실험을 실시했다면 “이는 확실히 핵공격을 상정한 모의실험을 원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에 화염과 연기가 ‘V(브이)자’ 형태로 솟구친 데 대해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하 원통형 시설인 ‘사일로’에서 발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의 데커 에벌렛 연구원은 공중폭발은 넓은 지역에 걸쳐 많은 수의 민간인들을 살상할 때 쓰는 방법이라며 “이는 인구 밀집 지역이나 전장의 군대를 파괴할 때 사용될 것임을 뜻한다. 반면 핵무기 지상폭발은 지하 벙커등을 파괴할 때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에벌렛 연구원은 화염과 연기가 사일로의 ‘화염 방출구’를 통과할 때 ‘V자’ 형태를 띤다는 점이 그 증거라며 지하 사일로는 미사일을 매우 빠르게 발사할 수 있기에 신속한 핵 반격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에벌렛 연구원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선다면 한국의 미사일이 북한에 도달하는 데에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며 “북한도 신속한 공격 역량을 갖춰 한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하 원통형 사일로에 미사일을 넣고 발사 버튼만 누르면 된다며, 발사 준비 징후를 적국이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실행 가능한 소위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외부세계가 믿길 원한다”며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어떤 실험을 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조셉 뎀시 연구원도 북한이 지하 사일로를 발사 원점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핵 반격에 나설 때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반격용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뎀시 연구원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탄도미사일 부대의 기동성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 방식은 위치 노출에는 덜 취약하지만 발사 명령과 발사대 준비 사이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반대로 사일로와 같은 고정 발사대는 위치가 노출되기 훨씬 쉽지만 고체 연료 미사일의 경우 거의 즉시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에 대한 전술핵 공격 위협을 높이고 있지만 전술핵 개발의 핵심인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기술 수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뎀시 연구원은 “모형 전술 핵탄두가 북한이 밝힌 고도에서 정확히 작동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이러한 작은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만한 전술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만한 작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있지만 경량화 수준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 킬로톤 급의 가벼운 핵탄두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의 고도화와 여러 번의 핵실험을 거쳐야 하지만 아직 북한이 그 정도 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전 상황에서 북한의 핵탄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고체연료 단거리 미사일의 경우 북한이 여러 번 실험을 실시해 신뢰도가 높을 수도 있지만 핵실험은 여러 번 실시하지 않았다”며 “미사일에 탑재된 핵탄두가 압력과 충격을 견디고 제대로 작동할 지에 대해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미한 연합군이 재래식 전쟁 단계에서 북한의 미사일 파괴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이 얼마나 남아 있을 지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폭파 고도를 공개한 것은 빛과 열을 내는 광복사와 폭풍파, 그리고 방사능 낙진 등으로 이뤄지는 핵폭탄의 파괴력과 살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정 고도까지 고려한 시험발사였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KN-23에 탑재할 만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수 있다며 설사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실존하는 위협으로 상정하고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 군과 미군의 기존 작전계획 또한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존의 작계는 이같은 북한의 전술핵의 실전 사용을 염두에 두고 짜여진 작전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작계를 변화시킨다면 사실상 핵 대 핵 대응 또는 핵 대 확장억제력 대응으로 완전히 작전개념 자체의 성격이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번 핵탄두 공중폭발 시험에서 사용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으로 식별됐고 사거리는 800km 폭파고도 800m 상공이었다며 이번 발사를 통해 “핵폭발 조종장치와 기폭장치의 신뢰성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800m라는 폭파 고도를 밝힌 것에 주목하고, 모의핵탄두지만 목표 고도에 도달했을 때 기폭신호를 보내는 핵폭발 조종장치와 폭발을 일으키는 기폭장치 성능을 검증하는 종합실험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은 상공 570m에서 공중폭파됐다. 이 폭발로 주민 9만~16만6천명이 사망했고 당시 폭발력은 15kt(킬로톤)이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시도한 폭발 고도가 히로시마 때보다도 230m가량 더 높기 때문에 그만큼 파괴력이 큰 핵탄두의 사용을 상정해 훈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평비행 중 급상승하는 풀업 기동 능력을 갖고 있는 KN-23으로 기동을 하면서 폭발 고도를 제어하려면 보다 복잡한 기술력이 필요한 데 북한은 그 신뢰성을 검증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핵폭발 조종장치와 기폭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는 사실상 완성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아직 실물로 확인되지 않는 핵탄두 소형화 여부 뿐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은 이번 훈련을 현지 지도하면서 “적들의 반공화국 침략 책동이 날로 가증되고 있다”며 “핵전쟁 억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킬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 비추어 북한은 핵 투발 수단의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