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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뇌혈관을 튼튼하게(2)] 헐거워진 심장의 문, 심장 판막질환 바로 알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3 08:33

수정 2023.03.23 08:33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이미징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이미징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우리 몸을 움직이는 동력원인 심장에는 문이 4개가 있다. 위치에 따라 승모판막, 대동맥판막, 삼천판막, 폐동맥판막이라 부른다. 심장은 구조상 좌심방과 좌심실, 우심방과 우심실로 나뉘는데, 그 사이를 구분하고 피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판막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심장의 판막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 대동맥판막협착 환자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2년 6778명있던 환자가 2021년 1만 8775명으로 3배 가량 껑충 뛰었다.


판막질환 분야 국내 대표 권위자인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이미징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심장의 문을 잘 여닫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최근 판막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심초음파 검진을 받은 50세 이상 2만 3000여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심장 관련 이상이 없던 사람들인데도 10명 중 1명꼴(9.4%)로 판막 질환이 발견됐다. 75세 이상으로 나이를 좀 더 올려보면 10명 중 3명(29.3%)으로 확인됐다. 그 중에는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판막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노화에 따른 현상으로 본다면 중년 이후에는 반드시 심장 전문의를 정기적으로 찾아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심장판막질환의 증상은.
▲판막 협착증 혹은 폐쇄부전증이 일어나더라도 심장은 나름대로 병적 상황에 적응하며 잘 견딘다. 그래서 판막 질환이 있어도 30% 정도의 환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 곤란이다. 처음에는 심한 운동이나 움직일 때만 호흡 곤란을 느낀다. 증상이 점차 악화되면 안정 시에도 호흡이 가빠진다. 똑바로 누워서 잠을 못 자고 꼬박 앉아서 밤을 새울 때도 있다. 이 때에는 기침 및 가래가 심해지며 가슴이 아픈 흉통을 느낄 때도 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증상기간이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장 판막이 병들어도 진단이 늦어지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말을 반드시 새겨들어야 한다.

―심장판막질환은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판막질환의 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정밀 경흉부심장초음파검사(심장초음파검사)다. 심장초음파검사는 심장이 위치한 흉부에 초음파를 통해서 심장의 영상을 얻고 기능을 평가하는 비침습적인 검사 방법이다. 심장판막질환의 조기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검사 결과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해석을 하기 위해선 경험과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이 중요한 만큼 숙련된 심장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판막질환의 치료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나.
▲판막 질환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려면 판막 전문가들의 숙의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치료로 낡은 판막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인공판막으로 갈아 끼우거나, 일단 자기 판막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수선하는 성형술 등이 있다. 최근에는 치료법도 점점 고도화돼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과 중증 승모판막폐쇄부전증에서 가슴을 열고 수술하는 대신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과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EER)이 각광받고 있다.

―각 시술법에 대해 설명해달라.
▲TAVI 시술은 전신 마취가 필요 없어 시술 시간, 입원 기간 모두 짧고 회복도 빠르다. 지난해부터 80세 이상이거나 대동맥판막수술 고위험군에게는 보험급여도 적용돼 환자들의 심리적 문턱도 낮아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0년부터 선도적으로 도입해 시행 중이다. 현재 2세대 TAVI 판막 수술을 하면서 1세대때 보다 수술 성적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5년 사이 총 1762건의 판막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 후 30일 이내 5년 평균 사망률은 0.7%로 매우 낮다. 재수술률 또한 조기판막 수술을 받고 10년 이후 판막 마모로 재수술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0.7%로 역시 매우 낮다.

TEER는 심장 판막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심부전증, 부정맥 등으로 심장이 커져 승모판막이 늘어난 경우라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미국심장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른 건데, 약물치료만 받던 사람과 비교해 TEER 시술과 약물 치료를 함께 받은 사람들의 치료 결과가 훨씬 좋았다. TEER는 대퇴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심장까지 밀어 넣은 뒤 3차원 심장초음파를 보면서 승모판막을 클립으로 고정하는 시술이다. TAVI와 마찬가지로 시술 시간도 입원 기간도 짧다. 최근 클립 종류도 다양해져서 예전엔 2~3개의 클립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하나만으로 시술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심장 판막의 손상 위험이 줄고, 증상 악화 가능성도 막았다.

이전에는 중증 승모판 역류증 환자는 약물치료, 개흉 수술을 통한 승모판막 성형술과 인공판막 치환술을 받았다. 고령자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는 외과적 수술 위험이 커 수술을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이들에게 새로운 시술들이 도입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됐다.

―판막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평소 생활수칙이나 조심할 점이 있다면.
▲심장판막질환은 나이가 들어서 판막이 헐거워지고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고 진행하는 것이 가장 흔하다.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 일반적인 건강한 생활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변화를 안 생기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동반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콩팥병 등 생활습관병에 걸리지 않게 잘 조절하면 판막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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