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2일 서울 서부지검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생존자 무더기 금융정보조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금융기관에서 유가족들에게 날아온 금융정보조회 통지서에는 목적이 범죄수사라고 적혀있었다"며 "유가족들은 정부가 피해자들을 피의자로 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항의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해명만 받았다"고 전했다.
관련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지난 1월 31일 법원으로부터 금융정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참사 희생자 158명을 포함한 450명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했다"며 "사고 당일 이태원역을 이용한 사실과 그 시간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영장 회신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업무상 착오로 영장 범위 밖의 자료 2건을 회신받았다"며 "대중교통내역 이외 자료 2건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쪽에 영장 범위가 아님을 설명했고, 수사와 관련이 없어 모두 폐기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부대표는 "합법을 위장한 인권 탄압이고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일방적 인권침해 수사로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고 유가족의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교통카드 내역 조사를 사망자와 부상자만 특정한 이유 △대상 시점과 생존자까지 포함한 수사 의도 △금융사 실수에 대한 문책 여부 △카드·계좌 전체 이용내역 조사 의도 등을 밝힐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수사당국이 금융정보 조회를 통해 마약 범죄와의 연관성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여전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마약 범죄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마약과의 관련성을 찾으려는 수사기관의 문제가 이태원 참사에 어떤 문제 미쳤는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권리 어떻게 침해했는지 특별법에 의한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협의회 측은 "무더기 정보 수집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피해자 동의를 거치 않고 은밀하게 거래내역 포함한 금융정보를 들여다본 수사기관은 스스로 정한 피해자 인권 존중 의무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유가족협의회는 통보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서울 서부지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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