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홍콩 시사회 및 개봉이 갑자기 취소됐다.
21일(현지시간) ‘곰돌이 푸: 피와 꿀’의 홍콩 상영을 기획한 무비매틱은 SNS를 통해 “해당 영화가 오는 23일 홍콩와 마카오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을 취소한다”고 돌연 발표했다.
이 영화는 오랜시간 사랑받아 온 캐릭터 곰돌이 푸를 연쇄살인마로 설정한 공포영화다. 지난해 1월 원작의 저작권이 만료돼 상업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되면서 탄생한 작품이다.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왔다. 2013년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곰돌이 푸’와 푸의 호랑이 친구 ‘티거’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전 세계 SNS를 통해 퍼져나가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 체제에 반하는 의미로 푸 캐릭터를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움직임이 일자 푸 캐릭터를 검열 대상으로 삼아왔다.
실제 2013년 이 같은 닮은꼴 논란이 확산하자 중국 SNS에선 곰돌이 푸와 관련한 콘텐츠가 삭제됐고, 2017년 당대회를 앞두고 단어 검색이 차단됐다. 또 2018년에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중국 상영이 불허되기도 했다.
이에 이번 상영 취소 사태 역시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배급사 VII필러엔터테인먼트는 당혹감을 표하면서 자신들 역시 취소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배급사 측 대변인 레이 퐁은 “우리는 당연히 매우 실망한 상태이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며 “영화관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 갑자기 상영을 취소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감독 라이 프레이크-워터필드 또한 “뭔가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며 “영화관들이 하루 사이에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400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상영됐다”며 “홍콩에서만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고 했다.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더라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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