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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반도체 규제 최악 피했지만 아직 갈길 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2 18:03

수정 2023.03.22 18:0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반도체 산업 및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산업육성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반도체 산업 및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산업육성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자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규정을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처음보다는 완화됐다. 첨단제품에선 5% 한도 내 생산은 늘릴 수 있으며, 범용제품에선 10%까지 생산을 늘려도 무방하다. 기술개발로 웨이퍼당 생산 규모가 늘어날 경우 생산능력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으며 기술 업그레이드도 별도로 규제하지 않겠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악의 경우 중국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했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공장은 삼성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담당한다. SK하이닉스의 우시공장은 SK의 D램 50%를 책임진다. 이 공장들이 폐쇄될 경우 기업은 물론 국가도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기술 업그레이드에 제한이 가해지면 득을 보는 쪽은 중국 반도체 업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첨단기술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정반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역효과의 가능성을 우리 정부와 기업이 미국 당국에 적극적으로 전달, 어느 정도 공감을 얻어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본다. 그래도 공장 증설은 상당한 제한을 받기에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첨단장비가 필수인데 제한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엔 올해 10월까지 포괄적 허가권을 부여했다. 기한연장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순조롭지 않다고 한다.

깐깐한 보조금 조건도 그대로다. 미국은 초과이익 공유, 기업 상세정보 공개, 생산시설 접근 허용 등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영업비밀을 요구하는 상식 밖의 행태를 자국 언론도 비판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는 꿈쩍 않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니 목소리를 높일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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