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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종가 美' 침몰시킨 日, 한국 야구에 한 수 가르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2 18:09

수정 2023.03.23 08:22

일본, 14년 만에 WBC 우승
日, ML 정상급 선수와 실력 대등
오타니 등 젊은 선수 성장세 뚜렷
韓, 3회 연속 WBC 1R 탈락 악몽
세대교체 실패·정신력 부족 심각
일본 야구대표팀이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오타니를 중심으로 모여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야구대표팀이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오타니를 중심으로 모여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순히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단 한 명의 등장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제는 격차라는 말을 논하기조차 미안할 정도다.

일본의 우승은 아시아 야구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한국 야구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채찍과도 같다.

일본이 전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호화 멤버로 팀을 꾸린 미국을 제압하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했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따돌리고 14년 만에 WBC 정상을 밟았다.


선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를 비롯해 도고,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건스·5회), 이토 히로미(닛폰햄 파이터스·6회), 다섯 번째 투수인 사이드암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 다르빗슈, 오타니가 이어 던진 일본은 미국의 막강 타선을 산발 9안타 2점으로 틀어 막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기준으로 미국팀의 2023년 연봉 총액은 2억1129만달러(약 276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일본은 미국에 파워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홈런이 터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는 185km/h의 타구 스피드가 실린 홈런포로 응수했다. 4회 말에는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의 좌중월 솔로 홈런이 터졌다. 이제 일본 야구는 구속·파워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다음 WBC때 그대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젊은 대표팀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한국은 전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WBC에서 김광현(SSG)보다 잘던지는 투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신예급에 속하는 사사키 로키나 다카하시 히로토 등 동일한 20대 극초반 선수들과 비교하면 처참할 정도다.

이의리(기아)·김윤식(LG) 등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됐다는 외신의 동정 어린 눈길을 받기도 했다. 그 외 젊은 선수들도 160km/h가 흔해진 국제무대에서 쓰기에 구위가 약하다. 현재 국제 무대 기준으로 통할 만한 구속을 지닌 한국 투수는 한국에는 안우진·문동주 정도다.

여기에 한국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일본에 졌다. 오타니는 경기 전 연설에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동경하는 것을 멈추자. 우리는 미국을 넘어서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뿐 아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대만이나 한국 국민들이 더욱 야구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이들도 우승할 수 있다"라는 말도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국은 고우석의 "오타니에게 던질 곳이 없다면 맞히겠다"는 경솔한 발언으로 한국과 일본 언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강백호의 세레모니사(死)로 각국 언론의 조명을 받은데 이어 김현수의 "국가대표에 나와보지 않은 선배들이 국가대표를 함부로 말한다"라는 발언으로 야구계 내부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반면, 한국은 이제 네덜란드·이스라엘·호주에게도 연이어 패하며 WBC 3회 연속 1R 탈락을 한데다 내분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라이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쉽지 않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다시는 일본을 야구로 이기지 못하는 악몽같은 시간이 펼쳐지게 될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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