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김주령에게 많은 변화를 안겼다. 배우 인생에 두 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어마어마한 '신드롬'을 체험하게 해줬고, 그로 인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활동하는 새로운 목표를 안겨줬다. 가장 크게는 김주령이라는 배우가 존재하고 있음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알려준 작품이라는 점. 김주령은 그렇게 배우 인생의 2막을 열었다.
'오징어 게임' 이후 들뜬 적도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한 김주령은, 그럴수록 더 마음을 다잡았다고. 시청자, 관객과 꾸준히 만나고 싶었던 그에게 '오징어 게임' 이후 들어온 첫 작품이 바로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였다. 필리핀을 배경으로 돈과 욕망의 세계, 그 속에서 탐욕에 눈이 먼 인물들을 그린 '카지노'에서 김주령은 평범한 삼겹살집 사장님이었다가 살인사건의 불씨를 지피고 패닉에 빠지는 진영희를 맡았다.
김주령은 극 초반과 후반 진영희의 온도차를 실감나는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뉴스1과 만난 그는 '카지노'를 통해 작품의 톤과 캐릭터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배움을 얻었고, 강윤성 감독과 존경하던 선배 최민식과 호흡을 맞추는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그는 앞으로는 더욱 더 '우아한'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면서, 여유와 열정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부터 진영희 역할로 제안받았나. 어떤 점이 매력이 있어서 선택했나.
▶진영희 역할이었다. '카지노' 대본이 재미있었다. 감독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합시다'라고 하셔서 결심했다. 이 작품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 캐릭터(진영희)가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하기도 했고 대본이 재미있었다. 강윤성 감독님,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 해보고 싶었다. 최민식 선배는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특별시민'에서 내가 대변인 역할이었는데 같이 호흡을 맞추지는 못해서 이번 작품에서 만났으면 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처음 선택한 작품인가. 당시 '오징어 게임' 신드롬을 겪으며 어떤 생각을 할 때 만났나. 들뜬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 감독님은 한미녀를 떠올리고 출연을 제안한 건 아니라고 하셨다더라. 영향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라는 배우가 필리핀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자 역할을 잘 소화할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고 들었다. ('오징어 게임' 으로) 너무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니까 들뜨기도 했고 그럴수록 더 침착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차기작을 두고 고르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다 잘 맞아 떨어져서 작품이 잘 된 거지, 나 혼자 잘한 게 아니지 않나. 그때도 지금도 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제 스케줄이 허용되는 한 다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대중에게 저라는 배우를 소개한 정도라고 생각하니 들어온 작품에 기쁘게 임하려고 했다.
-진영희는 어떤 인물인가. 표현하기에 자신이 있었나.
▶진영희는 민회장 살인사건의 불씨를 지피는 역할이다. 진영희가 아니었으면 그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진영희는 사실 살인을 계획하는 인물은 아니다 .감독님도 평범한 아줌마 진영희를 강조하셨다. 드라마틱한 설정보다는 오히려 힘을 빼고 덜어내듯이 표현해주기를 바라셨다. 시즌1에서는 다들 사건을 일으키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던 것 같고, 시즌2에서 조금 더 나아가는 진영희의 모습이 그려졌다.
-등장인물이 많은데 그중에서 여성 캐릭터는 많지 않은데 부담감이 있었나.
▶내 캐릭터가 더 돋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남성 중심의 서사인 것이고 그걸 나도 알고 있다. 작품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 감독님은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다. 그런 유연한 모습을 같이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고 내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많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욕심을 더 내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감독님은 모든 캐릭터가 드라마틱하게 보이지 않기를 바라셨다. 진영희의 경우, 평범한 여자가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이 뜬금없지만 않게 보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진영희와 싱크로율을 생각해보면 어떤가.
▶다르지 않을까. 나는 진짜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진영희처럼) 아무리 남편과 사별했어도 그런(마피아) 남자친구는 무서울 것 같다. 나는 아마 한국에 들어갔을 거다.(웃음) 큰일에 있어서 대범하지만 대개는 겁이 많은 성격이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카지노'까지 OTT 플랫폼의 장르물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
▶그러게 왜 그런 것 같나, 궁금하다. 실제로는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린데.(웃음) 편안한 캐릭터랄까 그런 연기를 한 작품이 있는데 이제 공개된다.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님이 나를 그런 역할로 쓰셔서 더 그렇게 보이나 싶다.
-필리핀 현지 교민의 모습을 어떻게 준비했나.
▶나도 필리핀 교민 생활을 잘 모르지 않나. 그런데 요즘 유튜브나 브이로그 영상을 많이 올리시더라. 그런 일상을 참고했다. 현지 분위기를 잘 봤다. 또 가발도 쓰는데 통가발이다. 주변에서는 다 내머리라고 생각하더라. 진영희처럼 보이기 위해 더 신경을 썼다.
-영어 대사도 소화했는데 필리핀 현지 억양은 미국에서 생활할 때 쓰던 영어와는 다르지 않았나.
▶필리핀 배우에게 배우기도 하고 필리핀 교민들의 영상도 봤다. LA 교민과는 억양이 다를 것 같더라. 나름대로 노력은 했는데 생각한 것만큼은 결과물에 잘 안 보인 것 같다. 제게는 사실 큰 부담이 된 부분이었다. 최민식 선배는 영어 대사가 많은데 그것도 정말 진짜처럼 보이더라. (영어 연기) 기본은 역시 연기인 거다. 어차피 나는 네이티브가 아니기 떄문에 한계가 있다. 교민이 쓸 법한 억양을 잘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부담이 됐다. 상대방의 대사가 한국어보다는 완벽하게 들리지 않는데 그 외의 에너지나 호흡에 더 집중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가.
▶또 해보고 싶다. 내가 완벽한 영어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은 네이티브 영어를 바라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식 영어, 출신지역 억양이 반영된 영어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뭉클한 일이다. 아시아 배우, 한국 배우들의 영어도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촬영 중 손석구씨가 출연한 '나의 해방일지'가 인기를 끌었는데 현지 반응은 어땠나.
▶대단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때 현지에서는 내가 더?(웃음) ('오징어 게임' 덕분에)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시더라. 식당에 가면 저를 보려고 기다리시고 그런 일이 배우 인생에 처음이었다. 어찌 할 줄을 모르겠더라. 최민식 선배가 '사진도 같이 찍고 그래'라고 응원해주셨다. 저는 지금도 그런 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도 지하철 타고 다니고 그런다. 알아보시는 분도 많이 없고.(웃음)
-허성태 배우와는 '오징어 게임' 이후 또 재회했는데.
▶감독님이 일부러 같이 만나는 신을 넣으신 게 아닐까 싶다. (웃음) 많이 만나는 관계는 아닌데 삼겹살집에서 만나는 신이 있었다. 허성태씨도 현지에서 많이 알아보시더라. 그리고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도 또 만났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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