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몸도 맘도 낯설어(하), 내 것이 아닌 것 같아(하), 안 겪으면 모르지(하), 아무도(하하하하), 으아아아아아~갱년기 왔다, 갱년기 왔다”
워킹맘 진숙을 연기한 문희경의 표호에 킥킥 웃음이 나왔다. 속도 펑 뚫렸다. 그야말로 젊은 세대에겐 우리 엄마의 모습이고 중장년층에겐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인생 후반전에 돌입한 중년 여성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창작뮤지컬 ‘다시, 봄’은 인생 2막에 나서는 이 시대 중년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 당시 ‘바로 우리 이야기’라는 호평을 얻었다. 배우들의 흥이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된 이 작품은 ‘디바이징 시어터’라고 공연 참여자들이 극 구성에 적극 개입하는 공동 창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50대인 서울시뮤지컬단 여배우 7인을 비롯한 평범한 중년 여성들과의 심층 인터뷰, 배우들의 생애전환기 워크숍을 통해 극을 구성했다.
올해는 연기경력 평균 30년 이상의 초연 배우들로 구성된 ‘다시’ 팀과 ‘국민 센 엄마’ 문희경을 비롯해 새로운 배우들로 구성된 ‘봄’ 팀이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진 찰진 수다 한판을 펼친다. 사춘기보다 더 무섭다는 갱년기에 폐경, 은퇴 후 삶, 애써 외면해왔던 꿈 등 중장년층 여성들의 현재진행형 고민이 일곱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생한 대사 그리고 흥겨운 춤과 노래로 펼쳐진다.
뮤지컬 데뷔작인 ‘유진과 유진’에 이어 대본을 쓴 김솔지 작가는 “50대의 치열한 고민들에 대해 알게 됐고 여전히 소녀 같은 여린 면과 세상을 인내하며 살아낸 강인하고 멋진 모습이 동시에 그들 안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진숙은 갱년기 증세로 방송을 관두게 될 위기에 처한다. 김작가는 ‘갱년기’ 넘버에 대해 “갱년기가 되면 조금 아프고 불편할거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커리어에 장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서 꼭 넣고 싶었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또 “호르몬 변화로 감정이 요동치는 느낌을 살리고 우울하기만 하지 않게 갱년기를 겪는 여성의 억울한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작곡가 연리목은 “‘갱년기 왔다’는 그간 쌓인 괴로움들을 밑바닥부터 한꺼번에 쏟아내는 곡으로, 음악적으로도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메탈 장르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4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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