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월가 68% "글로벌 금융시스템 최대 변수는 지정학 리스크" [미리보는 2023 FIND 서울국제금융포럼·A&D컨퍼런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7 18:37

수정 2023.04.04 15:23

금융지정학의 시대 (2)
"불확실성이라는 무형의 공포
거시경제·실물지표에 직격탄"
선진국發 금융위기 파급효과
개도국으로 감염 가능성 높아
월가 68% "글로벌 금융시스템 최대 변수는 지정학 리스크" [미리보는 2023 FIND 서울국제금융포럼·A&D컨퍼런스]
지정학 변수, 가령 미·중 패권 경쟁이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경로는 복합적이다.

지정학 위기는 우선 경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요소인 '불확실성'을 키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 미·중 무역 갈등 시기만큼 세계 교역 불확실성이 상승하는 경우 3년간 투자는 최대 2.5%, 국내총생산(GDP)은 0.4% 감소했다.

경제 블록화는 또 다른 문제다. 지정학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둘, 셋으로 쪼개지면 그 크기만큼 시장 규모는 축소되고, 무역수지는 줄어든다.
이는 각국 GDP, 실질소득을 줄이게 된다.

전파 속도는 금융이 가장 빠르다. 국제 무역, 기술의 분절화(fragmentation)는 무역금융이나 지급결제, 해외 진출, 해외직접투자(FDI) 등 금융 비즈니스에 차질이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러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확산하면서 관련 금융, 투자 흐름도 왜곡될 수 있다.

■지정학 변수, 불확실성 키워

27일 미국 예탁결제원(DTCC)이 올 초 미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위험 요인을 물어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지정학적 위험(68%)을 꼽았다. 이어 인플레이션 위험(61%), 사이버 위험(47%), 미국 경기침체(40%), 미 연준 통화정책(35%) 순이었다. 또 응답자의 24%는 지정학 위험을 '최대 위험'으로도 응답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올해 지정학적 위험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 위기는 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변수인 '불확실성'을 키운다. IMF는 2018년 미·중 무역 갈등 시기와 같은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3년간 투자는 최대 2.5%, GDP는 0.4%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이라는 무형의 위기가 인플레이션, 투자, GDP 등 거시경제와 실물지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서울국제A&D컨퍼런스'에서 4월 19일 참석해 강연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의 지정학 전략가 토마스 무차는 파이낸셜뉴스에 "반도체, 중요광물, 재생에너지, 생명공학, 우주기반통신,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전략적 산업과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며 "미래에 경제력과 군사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신흥 기술들에 더 중점을 둬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블록화로 먹거리 줄어

경제 블록화는 또다른 문제다. 지정학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갈라지면 그만큼 시장 규모가 축소된다. GDP·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러-우 전쟁에서 목격했듯 경제 블록화와 공급망 단절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의 급상승을 가져온다. 이는 시장 금리와 신용시장,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을 요동치게 한다.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서울국제A&D컨퍼런스'에서 19일 강연자로 나서는 크리스티안 에베케 국제통화기금(IMF) 전략·정책·검토부서장은 파이낸셜뉴스에 "자유무역주의의 후퇴와 자국 우선주의의 강화는 교역 중심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동시에,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하방위험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에디 베커스 세계무역기구(WTO) 리서치 이코노미스트와 카를로스 고에스 IMF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같은 '분절화'는 특히 저소득지역의 후생손실을 크게 확대한다.

■금융 경로는 더 크고 위험

금융 측면에서도 '분절화(fragmentation)'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역 거래, 기술 거래의 단절은 무역금융이나 지급결제, 해외 진출 등 금융과도 떼놓을 수 없어서다. 특히 대러 금융제재가 확대되면서 미 달러화의 지배력에 맞서 대안적인 지급결제망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무역과 투자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에너지, 원자재가 급등으로 작년 3월 이후 1년간 계속해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작년 10월부터는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서 위기감이 상승했다. 외화보유액도 2022년도말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약 500억달러 감소했다.
이렇게 촉발된 경제위기는 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발생한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항용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의 '금융위기의 국가 간 파급에 관한 실증분석' 논문에 따르면 경제위기 중에서도 심각한 경제위기의 전파가 일반적인 경제위기의 전파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선진국의 금융위기는 개발도상국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