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멸치쌈밥 즐기는 '윌 서방' "마사회 심판으로 복귀했어요"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7 18:56

수정 2023.03.27 18:56

마사회 외국인 심판 윌리엄스씨
6년간 한국서 활약 후 미국行
6년 만에 렛츠런파크로 돌아와
수습 기수들을 위해 트레이닝복을 입고 코칭 중인 윌리엄스 빌리 심판위원(오른쪽 두번째). 한국마사회 제공
수습 기수들을 위해 트레이닝복을 입고 코칭 중인 윌리엄스 빌리 심판위원(오른쪽 두번째). 한국마사회 제공
경쟁을 전제로 하는 스포츠에서는 공정이 가장 핵심가치다. 찰나에 승부가 결정되고 그 승부에 따라 내기의 결과가 좌우되는 경마 역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중요한 스포츠다. 그렇기에 공정한 경쟁을 수호하는 심판위원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는 경마 심판분야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미국, 호주 등 경마 선진국의 외국인 심판위원을 꾸준히 영입해왔다.

이런 가운데 과거 6년 동안 마사회의 외국인 심판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최근 다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으로 돌아온 외국인 심판 윌리엄스 빌리 리(61)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27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미국 출신의 윌리엄스 심판위원은 2011년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외국인 심판으로 위촉돼 한국경마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주한미군에 근무하던 조카 덕분에 근무 이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풍부한 경주경험과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후 6년 동안 부산경남의 선임 심판위원으로 활약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수석심판위원으로 경력을 쌓았고 6년 뒤 다시 한국마사회로 돌아왔다.

그의 한국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과거 한국마사회 심판위원으로 근무하며 한국과 한국인에게 깊이 정들었다. 마사회에 근무하지 않을 때에도 부산에 거주했다는 그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으로 멸치쌈밥을 꼽았다. 휴일에는 한국인 부인과 여수, 거제, 제주 등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한국 문화를 즐기고, 동료들 사이에서는 '윌 서방'으로 통할 정도로 한국문화와도 친숙하다.

윌리엄스는 플로리다의 목장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어릴 때부터 말과 친숙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10대 시절에는 기수로 20·30대는 조교사로 활동했으며 40대에는 심판의 길에 들어섰다. 기수와 조교사로 활동하며 얻은 전문적인 경험은 심판 업무를 하는데 큰 자산이 됐다고 한다. 이후 세계 최대 경마 시행국인 미국의 미시간, 일리노이 주에서 심판 경력을 쌓았다. 2018년에는 말레이시아 로열사바터프클럽에서 수석심판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력을 쌓아왔다.

경마의 주요 역할들을 직업으로 몸소 경험했고 과거 6년간 한국 심판으로 활동한 그는 경마에 대한 애정과 한국경마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심판위원으로서 객관적인 관점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날카로운 시각으로 경주를 심의·분석하고, 기수와 경주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다. 경마 관계자인 기수·조교사·경마 운영위원에게는 맞춤형 상담과 조언을 해주며 자신의 모든 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해주고자 노력한다.

경주 심판위원인 그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예시장에서 말의 이상 유무를 판별하고 심판실로 이동해 경주로 전체를 조망하며, 말과 기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경주에 임할 수 있는 지를 점검한다. 경주가 시작되면 경주진행 감시, 결승선 통과 후 위반사항 유무확인, 도착순위 확정 등 경주와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판단하고 최종 결정한다. 최고수준인 PART1 경마시행국에서 쌓은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주 분석과 심의에 체계적으로 접근, 심판 판정에 대한 고객과 경마관계자들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판으로서 많은 경주를 보았을 그에게 기억에 남는 경주가 있는지 물었다. "기수가 낙마하거나 경주마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등 사고와 관련된 대부분의 경주들은 기억합니다"는 말로 수년간의 노력도 한순간의 사고에 묻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모든 말과 기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경주할 수 있도록 경주의 전 과정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진행하는 '수습기수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서도 경험이 부족한 수습기수들을 돕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오랜기간 경마산업에 종사하면서 동종업계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경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왔다. 사회적·경제적 격차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충분히 대우받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본인 스스로 경마와 관련된 어떤 사람이든 동등하게 대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심판으로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공정한 결정에 최선을 다한다며 소신을 밝히는 모습에서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드러났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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