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20일 발생했다. 닐람과 그의 반려견이 자택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집 안에 있던 보석과 현금 역시 도난당한 상태였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한 가족들이 현장을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닐람의 가족들을 우선 조사했다. 그런데, 경찰과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던 중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집 안에 있던 닐람의 반려 앵무새가 시끄러운 목소리로 "아슈! 아슈!"라고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은 가족들로부터 '아슈'가 닐람의 조카인 아슈토시를 의미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은 이웃집을 탐문 조사했고, '아슈토시가 닐람의 집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라는 목격담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후 야슈토시와 그의 친구 로니 마시(34)를 체포했다. 체포 현장에서는 닐람의 집에서 훔친 것으로 보이는 현금과 보석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야슈토시의 손에 부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한 질문을 수차례 던졌고, 야슈토시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상에 대한 진술을 계속해서 번복했다. 닐람의 남편 비제이 샤르마 역시 '야슈토시가 닐람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집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결정적인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아슈토시가 “친구 로니와 공모해 강도 계획을 세웠으나, 피해자가 저항하는 탓에 살인까지 이어졌다”라고 자백하며 사건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인도 지방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무기징역과 함께 7만2000루피(약 113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인도의 증거법상 앵무새의 증언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재판 과정 내내 앵무새의 증언이 중심에 있었고 경찰들 역시 앵무새의 역할이 컸다고 그 공을 인정했다”라고 전했다.
9년간의 재판 동안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앵무새는 주인의 죽음 이후 식음을 전폐한 끝에 6개월 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인 비제이 역시 2020년 11월 사망했다.
닐람의 딸 니베디타는 최종 판결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는 아슈가 교수형을 당하기를 원하셨다. 온 가족은 아슈가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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