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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 CS 코코본드 충격, 韓 코코본드는 안전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8 10:35

수정 2023.03.28 11:24

글로벌 뱅크데믹에 韓 채권금리 외려 안정세
[파이낸셜뉴스]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로 시작된 '뱅크데믹'이 크레딧스위스(CS), 도이체방크까지 확대됐다. CS의 코코본드(AT1) 채권 상각 이후 유럽 은행권 불안이 지속됐고, 도이체방크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급등했다.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전액 상각 이슈로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사가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앞다퉈 발행했던 코코본드에 대한 불안감도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이들이 발행한 코코본드는 31조원에 이른다.

■코코본드가 뭐길래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가 발행한 코코본드 잔액은 총 31조4000억원 수준이다.
은행이 18조1000억원어치, 은행지주가 13조3000억원어치를 각각 발행했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을 붙여 발행하는 자본증권의 일종이다. 만기가 되면 갚아야 하는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불린다.

이들 은행·지주사가 발행을 늘린 것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2013년 '바젤Ⅲ'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바젤Ⅱ'에 맞춰 발행된 기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은 매년 10%씩 은행의 자본인정 한도에서 빠지고 있었다.

은행들은 가만히 있어도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인 BIS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젤Ⅲ가 전면 시행되는 2019년까지 은행, 지주사들은 BIS비율을 14%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받은 바 있다.

그간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돈이 들어가면서 BIS비율 관리가 필요했던 은행들은 앞다퉈 코코본드를 쏟아냈다.

증권사들 역시 투자은행(IB)업무를 확대하기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늘리기도 했다. 일부 보험사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 확충을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확대했다.

■CS 코코본드 전액 상각, 자본시장 상식 깨져
CS의 코코본드 전액상각 이벤트는 '자본시장의 상식이 깨졌다'는 측면에서 시장 참여자의 불안감을 키웠다. CS는 누적된 투자손실로 신뢰도가 저하된 상태에서 1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로 자금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고객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CS를 스위스 1위 은행인 UBS에 피인수시키며 사태를 수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CS의 코코본드는 전액 상각이 이뤄진 반면, 주식은 소각되지 않고 정해진 비율에 따라 UBS 주식으로 교환됐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는 위기 발생시 주주→코코본드 투자자→선순위채 투자자 순으로 손실을 부담하는 자본시장의 상식이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韓 은행·금융지주 코코본드 잔액 31.4조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발 은행 사태가 국내 은행권 코코본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코코본드 채권 상각 기준이 외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코본드 상각의 세부조건은 각 금융기관이 정하는데 CS와 UBS의 AT1(코코본드)은 100% 손실로 설정됐다"면서 "이 같은 조건은 이례적인 것으로, 국내외에서 유사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은행의 위험성도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2.26%, 기본자본비율은 13.51%다. 총 자본비율(14.45%)은 기준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또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의 코코본드 조건은 타이트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 은행 및 지주사가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의 상각조건은 △부실금융기관 지정 △경영개선명령 △보통주자본비율 5.125% 이하로 떨어진 경우다.

김 연구원은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BIS 규제 및 부실금융기관 기준 대비 자본건전성이 매우 우수한 편이라 관련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국내 코코본드 특약에 주식보다 먼저 상각할 수 있는 조건은 없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전했다.

스위스는 은행 부도시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베일인(BAil-in)' 제도를 도입했으나 한국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베일아웃(Bail-out)' 제도를 아직 지정하고 있는 점도 큰 차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뱅크데믹, 韓 채권 시장에는
SVB, CS 사태 등 글로벌 뱅크데믹은 외려 우리나라 채권금리를 진정시켜 크레딧 시장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융기관의 이벤트는 자산운용 실패 등 기업 고유의 위험으로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판단한다"면서 "외려 전반적인 국내 크레딧 투자여건은 간접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에 부합하는 25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이 나왔고, 미국 입장에서 금융권 부실 가시화로 인해 이전처럼 금리를 올리기에는 걱정이 많다"면서 "국내에서는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인한 인상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국고채 금리는 연이은 글로벌 은행 뱅크데믹에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초 연 3.8% 수준이었으나 27일 기준 연 3.2%선까지 하락했다.


정 연구원은 "연내 국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국채금리 하향 안정화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수준을 하회하는 국채금리 레벨은 국채 대비 크레딧 채권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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