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준공 54년차 토지임대부 아파트인 서울 '회현 제2시민아파트'의 철거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2년전 서울시가 리모델링에서 철거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일부 입주민들의 이주거부가 어이지면서 시와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시설노후 심화로 입주민들의 안전도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에 이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회현제2시민 정비 17년째 표류
28일 서울 중구 회현제2시민아파트 주민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352가구중 현재 53가구가 남아있다. 이중 30가구 이상 서울시의 이주보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회현제2시민아파트의 2023년 내 철거 계획을 내놨다. 남은 가구를 대상으로 보상동의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사업방향과 보상문제 등으로 험로를 걷고 있다.
이 단지는 1970년 준공한 토지임대부 아파트다. 지난 2006년 '회현제2시민아파트 보상계획 공고' 이후 현재까지 매매가 중단됐다. 공고 직전 전용 38㎡ 기준 최고가는 3억2000만원이다. 서울시는 2016년 들어 청년사업가를 위한 리모델링으로 사업방향을 정했다가 지난 2021년 철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299가구는 서울시의 이주보상을 받고 집을 비운 상태다. 이주보상은 건물 가치를 감안한 2억원갸량의 보상금과 서울 공공분양주택 특별입주권이다. 앞서 이주보상을 택한 입주민들은 송파구 위례·강서구 마곡 등에 입주했다.
주민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서울시에서 리모델링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왔다"며 "1년반 가량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 의견 합치를 이끌어냈는데 서울시가 리모델링이 안된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은 주민 중 절반 이상이 원안인 토지매각 후 리모델링을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추정 보상금이 약 2억원인데 매매가 가능하던 2006년 시세 대비 너무 낮다"며 "보상금이 낮아 특별입주권이 주어져도 분양가를 낼 수 없어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기존 일정대로 철거를 계획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조례상 특별입주권은 불가능하나, 회현제2시민아파트 정리사업은 2006년 시작됐기때문에 당시 공고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보상금은 감정평가에 의해서 산정되는 만큼 추가로 증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입주권의 분양가를 부담할 수 없는 주민을 위해 임대주택을 전세로 거주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토지임대부 정비사업 제도 마련해야
남아있는 입주민과 서울시의 갈등 장기화로 주거환경은 악화일로이다.
주민비대위 관계자는 "공실이 많아 보일러 및 배관 관리가 어렵다"라며 "서울시가 이주한 299가구의 관리비를 대납해왔으나 최근 5개월분 5000만원가량을 납부하지 않아 관리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비 운영 실태와 관련해 깜깜이 상태여서 돈을 지급할 수 없었다"며 "공공에서 직접 관리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계획사업으로 변경 뒤 수용절차를 거쳐서라도 연내 철거일정은 준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아파트에 대한 정비사업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미래 정비사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기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량 확대가 예고됐다. 강제성 있는 제도를 미리 마련하지 않으면 향후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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