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정의·투자자 보호 방안 관련 여야 합의
금감원 감독 여부 등은 4월 임시국회 내 추가 논의키로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28일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것을 계기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금감원 감독 여부 등은 4월 임시국회 내 추가 논의키로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관련 법안 총 17건을 심사했다.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한 결과 여야는 가상자산 정의 및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서 큰 틀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정의 △가상자산의 자산 보호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권한 부여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투자자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 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는 만큼 여야는 법안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금융감독원의 역할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포함 여부 등은 추후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윤창현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관련 법안에 속도를 내기 위해 거래소의 인가·등록제 여부 등은 추후에 논의토록 하고,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1차적으로 흡수하는 기본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 위원들도 큰 이견 없이 동의했다.
지난해 5월 가상자산 테라·루나가 99% 이상 폭락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자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바 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고,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감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권 대표 등 불공정거래 책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및 재산 몰수 등 형사 처벌을 가능케 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정무위 소관 법안이 워낙 많은 데다, 여야 정쟁으로 인해 상임위도 그간 제속도를 못내면서 관련 법안이 소위에 오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 약세기, 일명 '크립토 윈터'인 지금이 가상자산 관련 제도 도입에 있어 적기인 만큼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 전문위원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SVB 사태·크립토 윈터 금융발 경제위기'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가상자산이 하락하고 거래 규모가 축소된 약세기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 반등을 위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고, 그(규제) 충격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다"며 "가상자상 관련 불법 거래 행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일반 투자자들의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야는 오는 4월 공청회를 열고 금감원 규제 범위와 산업 육성 관련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공청회 여부와 관련해선 여야간 설왕설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1소위위원장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4월 중으로 2차 공청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공청회를 개최한 만큼 논의에 제동을 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국회는 지난 2021년 11월 가상 자산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한 여당 위원측은 통화에서 "선수가 다 준비해서 출발선에 섰는데 다시 도핑테스트를 하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공청회를 다시 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간사 측 입장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김 의원 측은 "많은 분들이 공론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공청회를 열자고 해서 법안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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