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위안부, 강제징병 관련 표현 모두 日정부 주장대로 수정
한일 정상회담서 강제징병 해결책 제시한지 2주만에 뒤통수
우리정부는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귀 착수
일본은 호응 움직임 안 보여 '퍼주기 논란' 계속
한일 정상회담서 강제징병 해결책 제시한지 2주만에 뒤통수
우리정부는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귀 착수
일본은 호응 움직임 안 보여 '퍼주기 논란' 계속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문부과학성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역사 쟁점인 독도,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 강제징병 문제 등이 대거 일본 정부의 입맛대로 수정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지 약 2주 만에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이슈가 터지면서 개선 분위기였던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금씩 표현 바꾼 日, 역사왜곡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 검정 신청본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적으면서 '일본의 영토'라는 기존 표현을 사용했다가 검정 과정에서 '아동이 일본 영토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 '일본의 고유영토'로 고치고서야 28일 검정을 통과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을 다루고 다케시마가 불법으로 점거돼 있으며 일본이 대한민국에 반복해서 항의하고 있다는 것, 일본의 입장이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하다는 것을 지도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독도 표현도 2017년 개정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발표된 이후 결국 일본 정부 입장대로 일본의 고유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전부 바뀌었다.
일본의 교과서 역사왜곡은 아베 신조 정권부터 노골화됐다. 일본 정부는 2014년 근현대사와 관련해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경우 그것에 근거해 기술한다'고 교과서 검정 기준을 바꿨다. 이후 초·중·고교 교과서 검정에 이 기준이 적용돼 우경화한 일본 정부의 견해가 교과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3월 문부과학성의 고교 교과서 검정 심사를 통과한 역사 분야 교과서에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애초 검정 신청본에 등장하지도 않았고 일부 교과서에서 쓴 '강제 연행'은 정부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원' 또는 '징용'으로 수정됐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종군 위안부'라는 말이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단순하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에서 결정했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강제로 노역시킨 것에 대해서도 '강제연행' 또는 '연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일부 소수의 교과서에서 '강제 연행'이라는 표현은 사용했다가 검정 과정에서 지적을 받고 '동원' 또는 '징용'으로 모두 수정됐다.
■양국관계에 다시 찬물?
이날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는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지 불과 2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먼저 일본의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선조치를 취하고 일본의 조치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거센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면서 성과 띄우기에 나선 반면 일본은 그간 정체됐던 외교적, 경제적 실리를 빠르게 찾아먹고 있다는 평가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측은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복귀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이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화이트리스트 복원 관련 절차를 지시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까지 이에 상응하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에 따른 양국 간 화이트리스트 복원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우리가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일본 측이 어떤 조치를 할지 조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은 10여년 전부터 되풀이돼 온 만큼 현재 한일 관계 개선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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