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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아끼고 아낀 예산 성장동력 투자에 쏟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8 18:09

수정 2023.03.28 18:09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 발표
총선용 선심 예산 차단하길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 백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사진=뉴스1화상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 백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사진=뉴스1화상
정부가 28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안 편성과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되 경제체질 개선, 사회구조 혁신에는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이번 예산편성 지침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내놓은 첫 지침이다. 윤석열 정부의 예산 철학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예산편성 지침은 예산을 짜기에 앞서 정하는 기준과 원칙을 말한다.
아우트라인을 잘 정해서 치밀하게 짜보겠다는 예산의 바탕그림과 같다. 정부는 강력한 지출구조 혁신, 재정사업 관리 강화, 투자재원 확충과 다변화라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내년 예산은 6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639조원에서 50조원 넘게 늘어난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숫자다. 다만, 국정 과제와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면 융통성을 발휘할 예산은 100조원을 좀 넘는 정도다.

국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예산은 한 푼도 허투루 쓰거나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엄격히 수립하고 알뜰하게 운용해야 한다. 더욱이 경제난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마당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예산을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라고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흥청망청 쓰는 일이 흔히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의 첫째 기준으로 건전재정을 내세운 것은 옳은 방향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국가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그러려면 마른 수건을 짜듯이 예산을 아껴 쓰며 허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10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엄격히 관리하고 현금성 살포를 줄이며 경직성 경비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지침은 실제 예산 편성에서도 그대로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절약한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은 많다. 활력을 잃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에는 예산 투입을 아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산업과 4차산업 등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이미 잡아놓은 예산만 해도 보통 규모가 아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더 늘려서 복지 수준을 높이고 저출산 대책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국방 예산의 증액도 마찬가지다.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예산이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불요불급한 인프라 투자나 전시성 행정 등 선심성 예산은 예산 편성 때부터 철저히 차단하기 바란다. 예산 총액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우선순위를 잘 정해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운용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차제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재정준칙이다.
재정 삭감보다는 지출에 방점을 찍고 있는 야당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야는 재정준칙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진정으로 민생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하려는 일에 무턱대고 딴죽을 거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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