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운업 불황 거센 파도… HMM 몸값 하락에 매각 표류 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8 18:14

수정 2023.03.28 18:14

물동량 급감·운임하락·유가 강세
3중고에 해운사 수익성 악화 예상
국적선사 매수자로 국내기업 전망
현대차·CJ·LX·SM그룹 등 거론
해운업 불황 거센 파도… HMM 몸값 하락에 매각 표류 우려
불과 1년 전 초호황을 누리던 해운업계가 교역 위축, 운임 하락, 유가 강세 등 삼중고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 미국의 긴축과 경기침체가 해상 물류시장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최대 이익을 낸 국내 대표 해운사 HMM의 몸값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매각 작업이 표류하는 양상이다.

■물동량·운임 하락·유가 강세 삼중고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해운업황이 가파르게 침체하는 데는 △중국 등 주요국 경제성장 둔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재고 적체 심화 △글로벌 항만 정체 완화에 따른 가용 선복량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전날 발표한 국내 외항 해운사의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주요국 산업생산지수 하락 및 수입 둔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컨테이너 시황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측면에선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물동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주요국은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공급 측면에선 주요 항만의 처리물량이 원활해지면서 해상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화주들이 가용할 수 있는 선박 확보가 용이해지면서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운임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운사의 운항비용 중 유류비 비중은 40~50%"라며 "유가 상승시 원가부담이 증가하며 해운사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컨테이너선은 통상 1·4분기가 비수기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해운업황이 침체한 것은 올해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 게 큰 이유다. 특히 북미와 아시아간 항로에서 수송량이 많이 줄었다. 미국 주요 항구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일본해양센터에 따르면 이 구간 정시 운항을 취소한 컨테이너선 비율은 지난달 27%로 상승했다.

이는 해상 운임에도 직격탄이다. 해상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기준 908.35다. 1년전 5000선(2022년 1월7월 5109)이었던 것에 비하면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1000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1000 이하의 운임지수면 배를 운항할수록 적자라는 얘기"라고 했다. 반면 선박은 더 늘어난다. 글로벌 선사들의 올 2·4분기 신규 컨테이너선 인도량(71만7900TEU)은 전분기보다 62% 늘어난다. 이 중 대형선박이 80%를 넘는다. 공급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HMM 관계자는 "선사들이 최근 2년 돈을 많이 벌면서 배들을 많이 발주했는데 올해부터 대거 인도된다"고 했다.

■해운업황 침체…HMM 매각 변수로

침체되는 해운 업황은 HMM 매각에도 변수다. HMM은 지난해 1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HMM은 운항횟수 조정 등 긴축경영으로 수익 악화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HMM 매출의 90%이상을 컨테이너선이 차지한다.

해운업계는 윤석열 정부 기간에 HMM 매각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20.7%), 한국해양진흥공사(19.6%)도 최근 HMM 경영권 매각용역 수행기관을 선정, 속도를 내고 있다. HMM은 국내 유일의 국적 해운사(선복량 기준 세계 8위)다. 이 때문에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해외 기업에는 매각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거론되는 인수 후보는 현대글로비스(현대차그룹), 대한통운(CJ그룹), LX인터내셔널(LX그룹), SM상선(SM그룹), 현대중공업 등이다. 포스코, SK그룹 등도 잠재 인수자들이다.
해운업황의 변동성이 큰 데다, 올해 HMM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인수가는 당초 예상한 10조원 안팎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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