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가 답해주나요” 네이버 지식인 조광현 할아버지 별세.. 애도 물결

Q. 산타는 몇 살 인가요?
A. 아버지 나이와 같습니다.

Q. 티셔츠에 있는 이 모양이 욱일기 맞나요?
A. 욱일기입니다. 가위로 잘게 찢어서 버리세요.

Q. 아버지 재산이 얼만지 모르겠는데, 평소에 명품가방도 선물해주고, 주위 사람들 말로는 아버지 재산이 몇백억원이래요. 이 정도면 아버지 잘 만난 건가요?
A. 아버지는 잘 만나고 잘 못 만나고가 없습니다. 그냥 주어진 운명일 뿐입니다

조광현 옹 [유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포털사이트에서 누리꾼들의 질문에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명쾌하게 답해주며 이른바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 옹이 27일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년 87세.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명쾌했던 '대답남'

29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노환으로 지난 27일 오후 10시께 서울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 치대를 졸업했다. 그의 네이버 닉네임이자 호(號) ‘녹야(綠野)’는 고향 김포 평야를 보고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33년간 개원의로 활동하다 1998년 당뇨가 심해지면서 병원 문을 닫았다.

고인은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네이버 지식인에서 활동하며 재치 넘치는 답변을 남겨왔다. 전문 분야인 치의학 관련 질문을 비롯해 생활 상식, 말도 안 되는 질문도 그의 답변 대상이었다. 모니터로 돋보기를 들여다보며 독수리 타법으로 한자 한자 적어내려갔다.

이후 고인은 ‘지식인 할아버지’, ’태양신 할아버지’ 등으로 불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특히 그는 ‘산타 할아버지는 몇 살 인가요’라는 질문에 “아버지 나이와 같다”고 답하는 등 재치 넘치는 답변을 주곤 했다. ‘제가 요즘 공부도 재미없고 지루한데 조언 좀 해주세요’라는 질문에는 “나는 공부가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한테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내 얘기도 지루할 테니까요”라고 답하는 등 때로는 진지한 답변을 주기도 했다.

"천국은 있나요?" 마지막 질문 던지고 싶은 누리꾼

2017년 2월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인은 이듬해 10월 블로그를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고인은 “원활하게 활동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여러분의 넓은 이해와 아량 속에 서서히 막을 내릴 준비를 해야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인은 팬들을 위해 활동을 재개했다. 특히 고인은 시력이 크게 손상된 상태에서도 돋보기 2개를 겹쳐 사용해가며 답변을 남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기준 고인의 네이버 지식인 답변은 5만3839건에 달한다.

답변 채택률 역시 70.5%로 꽤 높은 편이다.

한편 고인의 사망 소식에 고인의 블로그에는 “더는 선생님의 답변을 들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선생님의 답변으로 많은 지혜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편히 쉬세요” 등 누리꾼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e-mail]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