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550명의 친부' 네덜란드 정자기증왕 피소…"근친출산 위험 높였다"

뉴스1

입력 2023.03.29 14:49

수정 2023.03.29 18:29

2019년 9월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냉동된 정자 샘플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19.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2019년 9월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냉동된 정자 샘플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19.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정자기증을 통해 전 세계 550명의 아버지가 된 네덜란드 남성이 근친출산 위험을 높였다는 이유로 현지 시민단체에 피소됐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형제·자매 접선을 돕는 '도너카인드' 재단은 최근 조나단 제이콥 메이어(41)를 상대로 정자기증을 즉시 중단하고 저장된 정자는 폐기할 것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출생자의 심리적 충격을 줄이고 근친출산을 예방하기 위해 기증자 1명당 25명 이하로 출산하도록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 재단은 피고 메이어가 지금까지 병원 13곳에 연속적으로 정자를 기증해 총 550명을 출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어는 이미 지난 2017년 102명의 아이를 낳아 네덜란드 일대 병원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재단 측 변호인 마크 드헤크는 소송에 앞서 메이어에게 정자기증 중단을 거듭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메이어에게 받은 정자로 출산에 성공한 난임 부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소송에 참가한 한 여성은 "메이어가 100명 이상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결코 그를 기증자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에게 미칠 결과를 생각하면 속이 매스껍다. 법정으로 가는 게 아이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메이어는 자신의 씨를 최대한 널리 퍼뜨리기 위해 네덜란드 이외에도 덴마크, 우크라이나 소재 병원에 가명으로 정자를 기증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호주인 부부는 덴마크 불임클리닉에 6500달러(약 840만원)을 주고 '루드'라는 기증자로부터 정자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구매 당시 병원 관계자로부터 기증자 1인당 출산 가능한 아이의 수를 5명으로 제한하는 호주 국내법률을 준수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에게 수백명의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야한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메이어가 출생자 수를 고의적으로 속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어는 가명으로 덴마크 병원에 보낸 편지에서 "예비 부모들이 출산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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