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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감산 없다" 선 그은 SK하이닉스…美 후공정 공장 계획대로 건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9 16:08

수정 2023.03.29 17:49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2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최근 실적 부진에도 추가 감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전 세계 메모리 업계의 생산 축소 영향으로 재고 소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업황 반등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내 반도체 후공정 공장 설립 계획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다만, 미국 정부가 경영상 기밀 정보 제출 등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투자 보조금 신청 여부는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실적 악화에도 추가 감산 없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DDR5로 D램 세대 교체가 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생산 축소로 공급량 조절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고객사 재고도 점차 소진돼 정상화하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재고 과잉과 실적 악화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부터 생산량 축소에 들어갔다. 그러나 추가 감산은 업황 반등기에 기업 경쟁력 하락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라인 가동률이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반영됐다. 박 부회장은 주총 후 취재진과 만나 추가 감산 여부에 "안 한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7월 미국 내 후공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등을 위해 세운 150억달러(약 19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박 부회장은 "어드밴스드 패키징(첨단 후공정) 공장에 대한 (부지선정) 검토가 거의 끝나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미국 고객사들이 고난도 패키징 기술이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공급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기밀유출 우려에 지원금 신청 장고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여부에 대해선 "많이 고민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사실상 영업 기밀 제출을 강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 기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보조금 신청 기업들에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의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도록 엑셀 파일로 제출하게 했다. 기업별 지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절차라지만, 사실상 초과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의도다. 상무부가 제시한 모델에는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생산 첫해 판매 가격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을 입력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만료되는 대중 반도체 첨단장비 수출 유예조치의 1년 연장도 미국에 요구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낸드)과 우시(D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 생산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1년 유예를 승인받았지만, 최근 미국이 연일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재연장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박 부회장은 "시간을 최대한 벌어 경영 상황을 변화시키겠다"며 "용인클러스터가 생길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유리하다.
(장비 수출 규제 유예는) 1년 뒤에도 또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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