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음 달 인구 1억명 돌파"
베트남 국영방송 VTC이 지난 11일 통계총국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의 예측이 현실화되면 베트남은 세계 15번째, 아시아 8번째 '억 단위 인구' 보유국이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차이나 리스크'에 고전하면서 '탈(脫) 중국'의 목적지로 베트남이 부상하고 있다. 많은 인구와 경제성장률 등 잠재력 때문이다. 애플은 자사 협력업체인 폭스콘의 맥북 신형 기종 생산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일찍이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을 눈여겨 본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을 생산·제조·판매 기지에서 더 나아가 동남아 연구·개발(R&D)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건희·이재용 父子 30년 노력 담긴' 베트남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남아 최대 규모의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센터를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베트남 공산당 서열 3위 팜 민 찐 총리 등 현지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베트남 R&D센터는 모바일 기기용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인 △멀티미디어 정보 처리 △무선 통신보안 분야 등에 특화해 베트남 R&D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생산·제조 기지에서 동남아 R&D 전초기지로 확대하기 앞서 현지 인재 발굴과 양성에 공을 들였다.
삼성은 베트남 내 외국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매년 두 차례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고 있다. 베트남 주요 대학들과의 산학 협력 프로그램인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베트남 IT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삼성과 베트남의 인연은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은 1989년 하노이에 삼성물산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처음 베트남과 인연을 맺었으며, 1995년 호찌민에 삼성전자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는 호찌민, 박닌, 타이응웬에서 △삼성전자베트남(SEV) △삼성전자베트남타이응웬(SEVT) △삼성디스플레이베트남(SDV) △삼성전자호치민가전복합(SEHC) 4개의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며 △스마트폰·모바일 기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차세대 효자' 전장 R&D 주목
LG전자는 베트남 하노이를 차세대 효자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R&D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를 비롯 LG전자 계열사들은 하노이 근교 하이퐁을 생산거점으로 삼고 △가전 △디스플레이 모듈 △카메라 모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LG전자 베트남 R&D법인 개소식'을 진행했다. LG전자 베트남 R&D법인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을 담당한다. LG전자 VS사업본부가 집중하고 있는 인포테인먼트는 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주행 관련 다양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텔레매틱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이 주요 제품이다.
LG전자는 이번 R&D법인 설립을 통해 전문 인력 확보 및 운영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750여명인 베트남 R&D법인의 전장부품 관련 개발인력을 2024년까지 1000명 수준으로 30% 이상 늘리며 전장 R&D의 중추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과 첨단 정보기술(IT)시장의 잠재력을 일찍이 확인하고 생산법인 아래 R&D 센터를 운영했다. 2016년 베트남 생산법인 아래 하노이 전장 R&D센터를 설립한 후 2020년 다낭에 R&D센터 분소를 추가하는 등 우수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풍부한 베트남 현지에서 전장사업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또 인력 육성과 확보를 위해 2021년부터 다낭 및 인근 지역 소재 대학교와 우수 인재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입사를 보장하는 등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 하노이 소재 대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네이버, 하노이과기대와 AI R&D 박차
네이버는 베트남을 동남아 인공지능(AI) 허브로 삼았다. 2019년 △한국 △일본 △프랑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 연구 벨트' 구축을 선언한 바 있다.
네이버는 2020년 베트남의 명문 공과대학인 하노이과학기술대학(HUST)을 동남아 첫 파트너로 맞이하고 2021년 공동 AI 센터를 함께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 최초로 AI 해커톤을 개최했다. 2021년 5월에는 베트남 IT 분야의 고등연구기관·대학인 우정통신대학(PTIT)과 동남아 두 번째 공동 AI 센터를 열었다. 베트남 현지의 우수 인재들과 네이버 연구진들이 △딥러닝 △매핑 △동영상△ 음성인식 등 다양한 기술 분야 산학과제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R&D 연구 기반을 다지는 것을 두고 잠재력과 인건비를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이 높고 첨단 IT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고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어서 우수한 개발 능력을 지닌 개발자들이 많이 배출돼 국내 기업에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성인문해율은 90%를 넘으며 베트남 인구의 평균 연령은 32세로 44.5세인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자랑한다.
국내 AI 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 개발자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베트남은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데다 개발자들의 실력도 좋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생산·제조를 넘어서 R&D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