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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 퇴사해야 합니다" 中企 직장인의 현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1 05:00

수정 2023.04.01 10:10

자료사진.뉴스1
자료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남성 육아휴직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육아휴직을 늘리고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에게는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이라는 것이다.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속속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같은 파격적인 대책이 아니라면 쉽게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남성 육아휴직, 퇴사할 각오

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기준 근로자 10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대기업 13.7명, 중소기업은 이에 절반 수준인 6.9명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동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육아휴직은 대기업 중심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장인 가운데 남성은 28.9%그쳤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수도 남성은 10.3%에 불과했다.

10년차 중소기업 직장인 A씨는 "남초 직장인데 아직도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누가 1등으로 쓸지 눈치만 보고 있다"며 최근 아이를 낳았지만 나 역시도 육아휴직을 쓸 생각이 없다. 육아휴직은 커녕 출산휴가도 눈치보인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직장인 B씨는 "우리 회사는 그만둘 예정인 사람들만 남자 육아휴직을 썼다"며 "실질적으로 퇴사할 사람들이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씨 역시 "대기업들은 대체 인력이 많아서 육아휴직 들어가기가 수월한 편"이라며 "대기업 이하는 나라에서 육아휴직을 주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책상을 빼버린다. 중소기업에게도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단속 강화…실효성 있을까?

정부는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하는 사례가 없는지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전담 신고 센터 마련 등을 통해 실질적 사용 요건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강력한 단속을 통해 육아휴직 문화 확산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중소기업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B씨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이야 걸릴 일이 별로 없겠지만, 중소기업에 단속나가면 아마 80%는 걸릴 거라고 본다"며 "있는 휴가도 잘 못쓰는데 단속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라고 반문했다.

C씨도 "그동안 단속을 안해서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안 쓴거냐"라며 "육아휴직을 아예 의무적으로 하도록 못 박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중소기업 활용 상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대체 인력뱅크 확충 등 인력 알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성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한 부모 공동육아 인센티브 확대·개편 방안을 오는 3·4분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다.

육아휴직, 출산휴가로 불이익을 준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출산휴가 미부여(2년 이하 징역·2000만원 이하 벌금), 육아휴직 미부여(500만원 이하 벌금), 육아휴직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 등이다.

[그래픽]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역대 최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에 대응해 윤석열 정부가 28일 기존의 정책 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에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과제와 추진방향'에 따르면 대표적 예시가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확대하는 것이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역대 최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에 대응해 윤석열 정부가 28일 기존의 정책 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에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과제와 추진방향'에 따르면 대표적 예시가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확대하는 것이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日 "남성 85% 육아휴직 시킬 것"

한편 우리나라보다 일찍 저출산이 시작된 일본에서는 최근 파격적인 대책에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남성 육아참여를 촉진하고자 남성 육아휴직을 2030년 8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육아휴직 남성의 업무를 대신할 인력에 대한 수당 지급 등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국가공무원의 경우 모든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고, 2025년 85% 이상이 1주일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국가가 지불되는 지원금으로 휴직 전 받던 임금을 100%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인상하고, 현재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프리랜서, 자영업자에게도 새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대에 들어서면 젊은 인구의 감소 속도가 2배가 돼 경제 사회는 축소되고, 사회보장제도나 지역사회의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저출산 탈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픽] 육아휴직·가족돌봄휴가 잘 못 쓴다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5.2%가 이같이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그래픽] 육아휴직·가족돌봄휴가 잘 못 쓴다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5.2%가 이같이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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