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가결', 민주당 '자율' 방침
[파이낸셜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재석 281표 중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로 가결 처리됐다. 체포동의안 가결 조건은 재적인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결백을 호소하는 하 의원의 신상발언에도 불구, 상당수가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의원 58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에 동참한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사실상 가결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표결을 의원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17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후폭풍'이 불었던 것을 언급, '방탄국회' 비판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가결표를 던져야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자율 투표에 맡긴 결과, 가결표가 최소 51표 이상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1명을 제외한 인원(103명)과 정의당(6명)이 모두 가결표를 던졌다고 가정했을 때 추산치다. 국민의힘 의원 중 같은 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의원들이 있었다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어쨌든 민주당은 이중잣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것과 사뭇 다른 결정이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한 여당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두고는 '정치탄압'이라며 부결 방침을 밝혀놓고, 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아무리 소속 정당이 달라도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다만 민주당 측은 부결표가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의 신상 발언과 지속적인 읍소로 인해 상당수 동정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중플레이"라고 지적했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 요청 이유와 관련, "21대 국회에서 지난 두 번을 제외하고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적은 없었다"며 이 대표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항의의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법원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앞선 20일 검찰은 지난해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예비 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 후보자 측에서 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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