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때마다 '방탄'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의원 불체포특권은 입법부를 행정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헌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다수결 표결로만 이루어져 불필요한 정쟁만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기명 투표 방식 등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부터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동의안 부결 후 법정구속되기도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48년 제헌국회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제헌~6대 국회 구속동의안 포함) 총 68건 가운데 가결은 17건(25%), 부결은 18건(26.4%)이었다. 나머지는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하영제(국민의힘) 의원 등 6건 중 4건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구속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없이 영장은 기각된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 가결되는 경우에만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독재 탄압에 맞서 행정부로부터 입법부의 의정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헌법적 장치다.
하지만 표결 때마다 잡음이 일고 있다. 가결시에는 형평성 논란이, 부결시에는 의원 책임 회피용으로 오·남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혐의를 두고서도 여야에 따라 '정치 탄압', '잡범' 등 판단도 달라진다. 표결 전 이뤄지는 신상 발언에서는 혐의 소명보다 '읍소'에 방점이 찍힌다. 검찰 수사는 '기획 수사', '야당 탄압 공작'으로 묘사된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국회의원들은 검찰 기소 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되는 경우도 많았다. 19대 국회 시절 송광호 전 의원은 철도부품업체로부터 6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지 5개월이 채 되지 않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4년 8월엔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됐다.
혐의가 중대한데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도 있었다. 1억원의 뇌물수수·75억원의 교비 횡령 혐의로 징역 4년6개월을 확정받은 홍문종 전 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횡령 규모가 큰 데다 뇌물 수수혐의까지 있었지만 당시 그의 체포동의안은 찬성 129표, 반대 140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부결됐다. 염동열 전 의원 역시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에 대해 대부분 유죄 판단이 나왔지만, 체포동의안은 압도적 표 차로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노웅래 민주당 의원 2건이다. 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최근 기소된 노 의원은 노 의원은 노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게 '버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친전을 보내기도 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불체포특권, 폐지보단 절차개선"
일각에선 불체포특권 폐지론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데, '여론전'까지 가능하게 하는 불체포특권은 그야말로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도입 취지를 고려했을 때 섣부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남용 문제보다 불체포특권이 없어 정부가 의회를 무력화시켰을 때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불체포특권이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 만큼 아직까지 폐지 논의는 성급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폐지 논의보다는 무기명 투표 방식을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등 절차 개선이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기명 투표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국회의원을 불체포특권 의결 과정에서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누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고 반대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기명투표 방식을 도입해 국민들이 비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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