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세 모자 살인 사건' 피고인에 사형 구형
[파이낸셜뉴스] 두 아들을 죽인 아버지는 법정에서 자비를 바랐다.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가장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잠시나마 자유를 달라”고 요구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달 31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남천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46)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건 당일) 자식들에게 ‘앞으로 잘 지내자’면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듯 안심시키고 아내를 나가게 하는 등 범행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며 “현장에 자기가 없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CCTV 없는 계단으로 올라가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나 다중인격장애와 기억상실을 앓고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점을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모든 일은 제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죄를 변호할 생각이 없고 재판 결과가 무엇이 나오든 모두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주셨으면 좋겠다”며 “저에게는 삶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상황인데, 사형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을) 안 하지 않나. 부디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자비를 바랐다.
A씨는 지난해 10월 25일 경기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 집안에서 아내와 중학생·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년여 전 회사를 그만둔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면서 아내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큰아들인 C군(당시 15세)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폭언한 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직전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에 들어가 큰아들과 아내, 막내아들을 차례로 살해했다. 이후 범행도구와 입었던 옷을 버린 뒤 인근 PC방으로 가 2시간가량 만화를 보다 귀가했다. 이어 “외출하고 오니 가족들이 칼에 찔려 죽어있다”고 울며 119에 신고했으나, 주변 정황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자백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8년 전 기억을 상실했다’거나 다중인격장애 등을 주장했으나,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해당 진술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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