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 직경 40cm 까지 소형화, 화산-31 공개 위력 과시
이달 尹 대통령 美 국빈 방문 때 전향적 북핵 대책 나올지 주목
[파이낸셜뉴스]
이달 尹 대통령 美 국빈 방문 때 전향적 북핵 대책 나올지 주목
북한은 2006년 이후 6번의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미사일 기술의 발전을 포함해 핵 프로그램의 정교함을 꾸준히 증가시켰다.
현재 북한에서 3대 세습체제의 김정은은 역대 김일성과 김정일 정권보다 더욱 호전적으로 핵 및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김정은의 핵 및 미사일 집착은 역대 북한 정권이 기초를 닦아놓았고 장·중·단거리 핵 투발 미사일 체계 중 일부는 실전 배치했거나 배치를 앞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핵 및 미사일의 경량화, 고도화, 다종화를 기치로 더욱 무모한 도발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난 3월 24일 북한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3월 21~23일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각각 △'핵무인수중공격정'(핵어뢰) 수중폭발 시험과 △지상 800m 상공에서 폭발하는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3월 28일 통신은 "무기급 핵물질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는 김정은의 발언 등을 보도하면서 그가 핵무기연구소가 개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시찰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 같은 최근 북한의 노골적인 핵 투발 수단의 고도화는 과시로 그치지 않는, 실전적 핵 위협의 수위가 한 차원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북 소형화 핵탄두 80cm → 60cm → 40cm로 줄어든 크기 관측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최근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화산-31의 직경은 40cm 정도로 보이는데, 이는 과거에 비해 진전이라는 분석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초기에 직경 80cm였을 것으로 추정되던 핵탄두가 이후 60cm로 줄어든 데 이어 이번에 약 40cm가 됐다며, 북한이 진행한 실험 횟수와 경험을 고려하면 믿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전략핵탄두가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 아니면 모형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유형의 탄두는 모두가 우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산-31의 위력은 50Kt이나 100Kt이 아닌 10~15Kt 범위로 추정된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실험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탄두의 정확한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 (제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북한의 추가 실험이 반드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북한은 이미 지난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얻은 만큼 실제 측정된 자료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이나 과학적으로 제작된 실험장에서 고속 카메라를 동원해 높은 폭발력을 실험하는 등 가능한 다른 많은 테스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북한은 "핵전투부를 모의한 시험용 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함경북도 김책시 앞 목표섬을 겨냥해 가상적인 핵습격을 진행하면서 표적상공 500m에서 전투부를 공중폭발시켰다”는 것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정은은 그동안 (한국, 미국과의) 충돌 시 전술핵을 사용하거나 전쟁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북한이 화산 31을 공개하며 충돌 시 전술핵을 사용할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3월 25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발과 항공기 10대를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했다고 밝히고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 요지에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전설이 끊이지 않던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부에 접한 나라로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번 러시아 전술핵의 벨라루스에 배치로 이들 국가는 핵 위협으로부터 직접 위협 받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로씨야 24' 방송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벨라루스의 요청을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똑같이 한다는 것은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배치될 전술 핵무기들의 통제권을 벨라루스에 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최고위 당국자들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상대로 꾸준히 핵무기 사용을 위협해왔다.
3월 30일 러시아 인터넷 매체 ‘루스카야 베스나(러시아의 봄)’는 북한 의용군이 러시아 편에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지역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언론을 인용 보도했다.
익명의 러시아군 총참모부 소속 장교는 “북한군은 현대적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전투를 수행하는 데 있어 우리보다 더 잘 훈련돼 있다”고 평가하고 “매달 1만~1만5000명의 북한군이 투입될 수 있다”며 “이는 우리(러시아) 보병을 공격 임무에서 빼내 더 훈련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 유력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도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 상원 공화당 간사 "한국에 핵무기 재배치 고려해야”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은 3월 2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의 잦은 미사일 시험은 바이든 행정부를 안일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실험을 평상시처럼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리시 의원은 “북한의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들에는 다양한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시험이 수반됐고, 이 중 많은 것들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실험의 속도와 다양성은 군사 충돌의 확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 동맹국들에 보내기 위해 북한이 전시 사용 모의시험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목표를 부정하고 확장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 내 핵 계획과 작전 메커니즘을 확대할 뿐 아니라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에서 외교·안보 문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중진 의원인 리시 상원의원의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 의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월 28일(현지시간)에도 리시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의 핵 연습을 확대해야 한다"며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핵 계획 및 연습을 확대하자는 한국의 요청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시 의원은 “한국에 대한 미국 핵무기 재배치 여부에 대한 국무부의 반응은 나약하고, 동맹국들을 안심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미국의 (무기) 배치나 태세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국방부가 답할 사안"이라며 “북한과 관련해 미국은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고 우리는 한국과 (오래 지속돼 온 방어적인) 동맹의 안보, 그리고 연합 방위 태세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다음달 이뤄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양국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통한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미 양국은 본격적인 핵심 의제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최고 수준의 예우인 국빈방문으로 이뤄지는 것은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미 이후 12년 만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 두 정상은 다음달 26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대북 억제, 첨단기술과 경제안보, 문화·인적 교류, 지역과 국제 현안 등을 협의한다. 또 대북 확장억제 강화, 한·미·일 3각 공조 등 한반도와 지역 전략적 의제들이 다뤄질 전망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한·미 정상은 북핵 위협에 대해 어떤 대응 방안을 논의할지? 미 상원 제임스 리시 의원의 주장과 같은 핵무기 재배치를 포함한 새로운 전향적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하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자체 핵보유 언급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확인하며 한·미 간 확장억제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 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한국도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미 핵비확산레짐 약화 방지, 동맹국의 안보 우려 불식 딜레마... 전향적 논의 해야
이에 대해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여러 국가들이 국내법을 통해 국제법의 규정들을 우회하고 있고, 그 결과 다자주의 국제레짐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손 교수는 "WTO를 포함한 각종 국제기구들이 그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핵비확산레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호주에게 핵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나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손 교수는 "다만 경제영역과는 달리 핵비확산레짐과 관련해서 미국과 러시아는 모두 묵시적 규범을 깨고 있을 뿐 명시적 규칙은 준수하고 있다. 미국은 현행 NPT 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는 수준의 조치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미국은 여전히 한미연합군사훈련이나 전략무기 전개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갖는 신뢰성을 제고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다만 이러한 조치들이 얼마나 강력한 대북억지력을 갖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가장 먼저 국가의 생존이 걸려있는 당사국으로써 '생존과 안보의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마주하고 있지만, 미국은 우선 '핵무기비확산'과 '동맹국과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이 투발수단의 고도화와 핵탄두 소형화로 구체화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과 동일한 정도로 급박한 위협은 느끼지 않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강한 군사전력을 갖춘 만큼 워싱턴은 당사자인 서울과는 위협 인식의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까지 미국은 동맹국의 핵무장은 비확산레짐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동맹국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켜주어야 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동맹국에 대해 확장억제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능력이 더 고도화할 경우, 미국의 두 가지 목표가 점차 양립이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놓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의 핵전략은 자신들의 체제 방어적인 목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만큼 한국의 핵보유론과 전술핵재배치론을 포함한 어떠한 논의도 터부시 없이 한·미 간 테이블에 올려 논의해야 할 시기이며 남북 간 핵 균형을 통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상호확증파괴(MAD : Mutual Assured Destruction) 균형만이 한반도에서 냉전기의 핵전쟁 방지의 균형추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갤럽이 올해 1월 30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귀하는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7.6%가 '그렇다'고 답했다. 북핵 위협이 커짐에 따라 이러한 응답 비율은 현재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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