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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안돼"..기피하던 방폐장, 현지에선 평온[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02 13:41

수정 2023.04.02 15:08

안정적 관리 중인 중저준위 방폐장
포화 다가오는 사용후 핵연료 
고준위방폐물 처리시설 시급
[파이낸셜뉴스] 【경주=이유범기자】 지난 3월 30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경주방폐장과 월성원자력본부. 경주방폐장은 지난 2015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다. 월성본부에는 중수로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고준위 방폐장은 아직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30년부터 고준위방폐물 저장량 한계가 속속 도래하지만 '기피시설 1순위'인 방폐장 부지 선정은 눈치보기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 방폐장에 2025년 완공 예정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건설사업(표층처분방식) 모습.
경주 방폐장에 2025년 완공 예정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건설사업(표층처분방식) 모습.

■안정적 관리 중인 중저준위 방폐장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1단계 동굴처분시설이었다.
입구에 도착하자 방호복과 안전모를 착용한 후 내부로 들어갔다. 중·저준위방폐물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부산물로 방사능 농도가 낮은 폐기물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전이나 병원 등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낮은 폐기물을 말한다. 중저준위방폐물은 방사능 농도에 따라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세분된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은 심층처분을, 중저준위 방폐물은 방사능 농도에 따라 △동굴처분 △표층처분 △매립형처분이 이뤄진다.

입구를 지나 차를 타고 약 1.9㎞, 높이 130m를 내려가자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양 옆에 마주보는 형태로 총 6동의 사일로(저장고)가 지어져 있었다. 각 사일로의 크기는 둘레 25m, 깊이 50m다. 또 48㎜ 철근, 1~1.6m 두께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사일로 상부에는 이미 처분용기 하역을 위한 트롤리(크레인)가 대기하고 있었다. 트롤리는 200L 드럼 16개 또는 8개를 담은 처분용기를 들어서 사일로에 쌓게 된다. 각 사일로의 수용용량은 1만6700드럼으로 약 10만드럼을 수용할 수 있다.

특히 사일로는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폐쇄 후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은 연간 0.01mSv 미만으로 관리되며 이 수치는 일반인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100분의 1 수준이다.

1단계 동굴처분시설을 빠져나와 표층처분시설로 이동했다. 표층, 즉 동굴이 아닌 외부에 있는 만큼 방사능 농도가 낮은 저준위 이하 방폐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다. 오는 2024년 완공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약 80% 수준이다. 면적 6만7490㎡에 처분고 20개를 건설해 12만5000드럼의 방폐물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약 2600억원으로 진도 7.0 규모에도 버틸 수 있는 내진 설계를 추가했다.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맥스터의 전경.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맥스터의 전경.

■포화시점 다가오는 사용후핵연료

이어서 차를 타고 월성원자력본부의 고준위방폐물 건식 저장시설로 이동했다. 월성본부에서는 300기의 원통형 건식 저장시설인 캐니스터와 건물 형태인 '맥스터(조밀저장시설)'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월성 건식저장 시설의 임시로 저장하는 것일 뿐 영구처분 시설은 아니다. 더욱이 국내 대다수 원전에서 사용하는 경수로형 핵연료가 아닌 4기의 중수로에서만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만 건식 저장이 가능할 뿐이다.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소를 운영중이지만 저장 한계시점을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빛원전이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등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이 줄줄이 포화 예정이다. 영구처분시설은 이전에 중간저장을 할 수 있는 시설부터 지어야 하지만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현재 여야 의원 3명이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후대에 원전 사용에 대한 빚을 남기지 않으려면 특별법을 제정해 방폐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사용후핵연료 예상 발생량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기존 예상시점에 비해 1~2년 줄어들 전망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포화전망 설명회'를 개최하여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를 공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을 재산정한 결과 2021년 12월 기존 산정결과 대비 15만9천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추가 발생해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1~2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minfo@yna.co.kr
[그래픽] 사용후핵연료 예상 발생량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기존 예상시점에 비해 1~2년 줄어들 전망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포화전망 설명회'를 개최하여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를 공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을 재산정한 결과 2021년 12월 기존 산정결과 대비 15만9천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추가 발생해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1~2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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