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이혼하며 딸과 생이별
몰래 4살 딸 만나보다 시어머니 오면 도망치기도
잃어버린 둘째딸은 입양간 곳 수소문해 상봉
몰래 4살 딸 만나보다 시어머니 오면 도망치기도
잃어버린 둘째딸은 입양간 곳 수소문해 상봉
이혼하고 갈라서며 생이별해
딸 길주씨의 실종은 1974년께 어머니 호남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대구 남구 봉덕동에 살았던 호남씨는 남편과 갈라섰다.
호남씨는 "당시 시어머니가 법이었다. 더구나 그때는 (이혼을 하게 되면 양육권은) 남자에게 우선권이 있던 시기"라며 "어쩔 수 없이 딸 둘을 떼놓고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고 나온 딸이 호남씨는 너무 그리웠다고 한다.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옆집 할머니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시어머니 몰래 딸 보러 가기도
호남씨는 "옆집에 살던 할머니가 나서서 애기(길주씨)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올 테니 편하게 보라고 해주셨다. 그러곤 할머니는 장독대에 올라가 시어머니가 오는지 망을 봐주셨다"며 "만난 애기와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데 시어머니가 들이닥친다는 옆집 할머니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시어머니가 너무 무서워서 가지고 갔던 돈도 못 주고 맛있는 것을 사주지도 못하고 그냥 도망쳤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무슨 미련이 있어서 찾아오냐는 말도 했다. 그래도 애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며 "당시 임시로 가정부 일을 했는데 월급을 받아서 애기 옷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이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만나지를 못하니 마음을 잡고 일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딸을 그리워하며 지내던 호남씨에게 1976년 또다시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시어머니가 길주씨를 대구 수성구 상동으로 입양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입양된 집에서 길주씨가 실종됐다는 소식이었다.
호남씨는 "어느 날 친엄마(호남씨)가 와서 딸(길주씨)을 대려갔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누구 집에 입양을 갔는지 모르는 내가 어떻게 딸을 데리고 갈 수 있나. 아마도 입양 간 집에서 딸이 서먹서먹하고 했으니 본가로 돌아가겠다가 나섰나 보다. 4살때 입양을 갔으니 집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고 전했다.
평소 딸 탐낸 세입자 전화번호부 명단 뒤지기도
그때부터 호남씨는 딸을 찾아 나섰다. 예전 한집에 살던 세입자가 길주씨를 예쁘다고 탐냈다는 소리를 듣고는 전화번호부 내 세입자와 동일한 이름을 모두 찾아서는 전부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다. 또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방송에도 나가서 호소도 했다. 전 남편이 방송에서 어머니를 찾는 사람의 사연이 나왔는데 길주씨의 사연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사연을 확인하기 위해 방송국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호남씨는 "둘째딸은 입양된 집에서 그대로 살아서 다행히 찾아서 지금도 만나고 있다. 하지만 첫째딸은 실종된 이후에 보지를 못하고 있다"며 "지금 경남 함양군 시골에 와서 살고 있다. 눈을 뜨면 딸이 생각나서 너무 힘들다 보니 잡념을 떨치기 위해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꼭 찾아서 명절에 함께 보고 동생들도 만나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호남씨는 "혹시나 해서 유전자(DNA)를 등록했다. 실종자나 그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게 DNA 등록을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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