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참전·외신 인터뷰 기록 발굴, 독립 정당성 알려
[파이낸셜뉴스]
이날 보훈처는 처음으로 황 지사의 출생일과 호놀룰루 입항 연도가 확인된 입항 자료를 포함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미·프랑스 언론에 실린 독립운동 관련 자료 11점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그간 황 지사 관련 자료는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과 '한국독립운동사자료-임정편' '프랑스 소재 한국독립운동자료집' 등 임시정부 외교활동 자료에 수록된 단편적인 문서가 전부였다.
보훈처는 "이번에 발굴된 자료를 통해 황 지사의 행적과 독립운동 활동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황 지사에 대한 연구가 보다 폭넓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기환 지사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 독립운동가다.
보훈처가 이번에 발굴한 황 지사 관련 자료들에 따르면 1886년 4월 4일 평안남도 순천 출생의 황 지사는 19세가 되던 1904년 증기선 '게일릭'호를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에 입항했으며, 1차 대전이 일어나자 1918년 5월 18일 미군에 자원입대했다.
보훈처는 "한인 첫 이민자들의 하와이 도착 시기가 1903년임을 감안하면 황 지사의 하와이 이주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19년 6월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 황 지사는 베르사유에서 열린 평화회의 참석차 대한민국임시정부로부터 파견된 김규식 선생을 도와 대표단 사무를 협조했으며,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으로 임명돼 독립 선전활동을 폈다.
황 지사는 이후 1921년 미 워싱턴회의 개최 소식을 접한 뒤엔 전 세계에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알리고자 미국으로 장소를 옮겨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황 지사는 1919년 8월23일자 프랑스 '라 프티트 레퓌블리크', 같은 달 25일자 미 '뉴욕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던 일본의 발표를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황 지사는 뉴욕 헤럴드 인터뷰에서 "(일본의 발표는) 세계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고, 그 계획은 분명 실패할 것이며 한국인들은 절대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일본의 일부로 고집하는 한 극동에서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 지사는 "우리가 싸우는 건 일본과 동등한 권리를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완전한 독립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황 지사는 또 1921년 일본 왕세자의 프랑스 방문 때 '조선인이 암살을 계획한다'는 소문으로 조선인들이 감시를 받자, 그 해 6월 30일자 미 '시카고 트리뷴'을 통해 "조선의 국가적 신용도를 떨어뜨리려는 일본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보훈처는 "이번에 발굴된 미·프랑스 언론 기사는 황 지사의 독립운동을 뒷받침하는 첫 해외 언론 기사"라고 설명했다.
황 지사는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위원으로서 조국 독립과 해외 거주 한인들의 권익 보호 활동을 이어오다 1923년 4월 17일 미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했다.
프랑스 '레 카이에 데 드루아 드 롬'은 그해 10월 10일자에 게재한 황 지사 부고 기사에서 "극동의 믿음대로 그의 정신이 계속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애정 어린 존경과 조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다른 프랑스 언론은 황 지사에 대해 "그는 자신의 작은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노력에 모든 정력을 쏟아 인간의 자유와 국제적 정의란 대의에 영웅처럼 봉사했다"고 평가했다.
보훈처는 뉴욕 올리벳 묘지에 안장돼 있는 황 지사 유해를 이달 중 국내로 봉환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황 지사와 이희경·나용균 선생 등 임시정부 외교관 3명을 '2023년 4월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바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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