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노예제 낭만적으로 다뤄" 경고문
[파이낸셜뉴스]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신판에 인종차별적인 내용으로 독자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문이 추가됐다.
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출판사 팬맥밀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신판 서두에 '트리거 워닝'을 실었다. 트리거 워닝은 작품에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미리 이용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일종의 경고문이다.
출판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인류사에서 충격적인 시대와 노예제의 공포를 낭만적으로 다뤘다"며 "문제가 되는 요소를 포함하는 소설"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 소설은 용납할 수 없는 관행, 인종차별적이고 고정 관념적인 묘사, 문제가 되는 주제, 언어, 이미지가 포함돼 있다"며 "상처를 주거나 정말로 해로운 구절과 어휘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경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그러나 원전에서 그 어떤 표현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오늘날의 세계를 반영해 본문을 바꾸는 것은 원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본문 전체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작품 내의 캐릭터 표현이나 내용, 언어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고문 뒤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백인 우월적인 요소를 설명하는 논문 형식의 에세이를 실었다. 백인 작가 필리파 그레고리는 에세이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종차별을 옹호하고, 백인우월주의를 미화하고 설파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프리카 출신은 백인과 다른 종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바로 이 거짓말이 소설을 망쳐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른바 '잃어버린 대의론'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도 평했다. 잃어버린 대의란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미국 남부연합의 대의가 정당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소설가 마거릿 미첼이 1936년 발표한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남북전쟁은 미국에서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과 폐지를 주장하던 북부 연방 사이에서 벌어진 남북전쟁 전후 시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은 남부 플랜테이션 소유주의 딸 스칼렛 오하라가 북부의 침공으로 안위를 위협받으면서 맞닥뜨린 인생의 역정과 레트 버틀러와의 로맨스를 그렸다. 스칼렛 역을 맡은 비비안 리의 열연이 돋보인 동명의 영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영화는 1940년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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