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 연세암병원 흉터성형레이저센터장(피부과 교수)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최근 흉터 치료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극 중 문동은(송혜교 분)은 지독한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영혼까지 파괴당한 여자’로 소개됐다. 그의 온몸에 남은 흉터를 보면 단순한 가려움증을 넘어서서 평생을 감당해야 했을 흉터를 통한 고통이 스크린 밖으로 전달되는 듯하다. 13일 연세암병원 흉터성형레이저센터 이주희 센터장(피부과 교수)과 흉터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흉터란 무엇인가
▲상처 입은 피부가 스스로 치유한 흔적이 흉터다. 치유를 위해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세포인 섬유모세포는 콜라겐을 만들어 상처 회복을 돕는다. 날카로운 도구에 살짝 베인 뒤 남는 선형의 흔적이나 넘어져 찰과상 발생 후 생기는 색소 침착 등도 흉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말하는 흉터는 화상, 칼에 깊이 베인 상처 등 심각한 외상과 외과 수술 등으로 생긴 것이다. 흉터로 인해 미용상 문제가 생기거나 가려움증이 지속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흉터에도 종류가 있나
▲흉터는 나이, 자외선 노출 등 환경에 따라 다르게 생길 수 있다. 보통 깊은 상처가 난 후 1년 가까이는 가렵거나 따가운 증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흉터가 볼록 돌출돼 있으며, 가려움 등 증상이 계속되면 ‘비후성’ 또는 ‘켈로이드’ 흉터로 진단할 수 있다. 비후성 흉터는 상처 난 범위 내에서 피부 조직이 돌출되는 것을 말한다. 상처 범위를 넘어 다치지 않은 정상 피부 부위까지 그 흔적이 확장되는 경우는 켈로이드 흉터라고 한다. 가슴이나 어깨처럼 장력이 많이 가해지는 부위에 상처가 생기면 켈로이드 흉터가 생기기 쉽다.
비후성 흉터나 켈로이드 흉터는 미용 측면에서 환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살짝 스치기만 해도 비정상적으로 심한 통증이나 가려움을 유발해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흉터 치료 권고 시기가 전보다 앞당겨졌다. 과거에는 상처가 생기고 1~2년 뒤에 흉터가 완전히 아물면 치료를 권했다. 상처가 덧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처가 생기고 한 달 후 치료했을 때 개선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연세암병원 교수진들도 외과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으면 한 달 후에 연세암병원 흉터성형레이저센터로 안내하고 있다.
치료법은 비수술과 수술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레이저, 냉동 치료, 스테로이드 주사가 있다. 환자의 흉터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법을 병용하여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높이고 있다. 레이저 치료에는 다양한 레이저 기기가 사용된다. 피부 진피층에 레이저를 조사해 콜라겐 생성을 유발하고, 혈관 레이저로 흉터의 붉은 기를 옅게 만들거나 색소 레이저로 색소 침착을 옅게 만들 수 있다.
스테로이드 주사의 경우 고농도로 반복 치료 시 피부가 얇아져 오히려 흉터 부위가 약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연세암병원 흉터성형레이저센터에서는 다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자 흉터에 따라 적절한 농도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사용해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주사 시 진피 내에 서브시전(subcision)을 시행해 섬유화 부분을 끊어 줌으로써 좋은 치료 효과를 내고 있다.
비수술 치료로 흉터 개선이 어려우면 기존 흉터 부위를 잘라내고, 피부의 장력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다시 봉합하는 흉터 성형술도 고려할 수 있다. 이 흉터 성형술은 센터 내의 성형외과 전문의와의 협진을 통해 이뤄진다. 수술 후 흉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비수술적 치료도 시행하게 된다.
―실제로 흉터가 개선되나
▲흉터 치료를 받고 난 후 환자 만족도가 높다. 진료 현장에 있다 보면 환자들로부터 ‘상처가 눈에 덜 띄게 되고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호전돼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한 환자의 경우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가해자가 던진 그릇이 깨지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바람에 얼굴과 목 여러 부위에 자상을 입었다. 흉터가 타인의 눈에 잘 띄는 것도 문제였지만, 윗눈꺼풀에 난 상처가 두툼해지며 부어서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불편감이 있었다. 또 목 부위의 흉터가 섬유화되면서 뻣뻣하게 굳어 고개를 돌리기 어려웠다. 치료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여러 번의 레이저 및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반복하면서 흉터가 옅어졌다. 뿐만 아니라 눈꺼풀의 비후성 흉터가 작아지고 목 부위의 섬유화가 해소돼 미용적 측면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흉터 원인과 상관없이 내원해도 되나
▲연세암병원은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피부과와 성형외과 교수들이 모여 흉터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흉터성형레이저센터를 개소했다. 여드름이나 필러 부작용부터 각종 외상 사고, 수술로 인한 흉터까지 폭넓게 치료한다. 외상으로 인한 상처나 화상 흉터, 갑상선암·유방암 수술과 같이 흔적이 겉으로 티가 나거나 자존감을 낮출 수 있는 흉터, 위암·대장암 등 개복수술 후 깊게 남은 복부 흉터 등 다양한 흉터 종류를 치료하고 상태에 따라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협진하며 맞춤형 치료법을 운영한다. 사고 등 외상으로 움푹 패인 흉터의 경우 빈 부분을 채워넣는 진피이식과 지방이식을 진행하고, 선상이 뚜렷한 흉터에는 흉터성형술과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는 등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다르게 한다.
―흉터성형레이저센터에 내원하는 환자가 많은가
▲최근에는 자해로 인한 젊은 층 환자도 적지 않게 내원하고 있다. 학교 폭력과 오랜 취업 준비 기간으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나머지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갑상선암과 유방암, 대장암 등 암 수술을 받고 나서 흔적이 눈에 잘 띄어 암 치료의 고통이 계속 잊히지 않는다는 환자들도 흉터성형레이저센터를 찾는다. 또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겪은 전신 ‘화상성 흉터’의 경우 일반적인 흉터와 달리 빨갛게 돌출되기 쉽고 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최적의 치료법을 고민하면서 신체에 생긴 흉터가 2차 흉터인 환자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더욱 세밀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수립하는 ‘융합 협진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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