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프랑스)=윤홍집 기자】 "여기가 어디예요?""경복궁이요!"
교사가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묻자, 프랑스 학생들이 미소 띤 얼굴로 답했다. 교사가 가리킨 스크린에는 경복궁과 베르사유 궁전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과거 두 나라의 왕족이 살던 궁전을 비교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모습이었다. 한 프랑스 학생은 경복궁을 가봤다며 "예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방문한 프랑스 파리 13구 소재 끌로드모네 고등학교에선 약 20명의 학생들이 모여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이날 수업 내용은 '경험에 대해 묻고 답하기'. 한국어 교사가 경복궁, 한강, 부산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고 학생들에게 '가본 적 있냐'고 묻자 학생들은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지난해 기준 60개교가 한국어반을 운영하고 180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중 정규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25개교이고, 나머지 35개 학교는 방과 후 수업 개념으로 아틀리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한국어 교육에 대한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단 17개에 불과했던 한국어반은 △2019년 19개 △2020년 42개 △2021년 53개로 대폭 증가했다. 2018년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 631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학생도 5년 사이에 약 3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 한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프랑스에서 일본어를 선택하고 있는 학교가 약 70곳"이라며 "한국어가 일본어를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 중에서도 한국어학과 경쟁률이 20대1, 35대 1하는 곳이 있다"라며 "고등교육에서 한국어의 인기는 상당하다. 대학도 인기가 없는 언어는 정리하는 분위기지만 한국어 과목은 점점 키우려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한 끌로드모네고는 매우 수요일 오후 4시 방과 후 수업으로 한국어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어는 2015년 제3외국어로 시작됐으나 현재는 제2외국어로 채택된 상태다. 끌로드모네고는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7개 외국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수업은 끌로드모네고 이외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다. 현재 1학년 14명, 2학년 16명, 3학년 177명 등 총 47명으로 구성돼 있다.
끌로드모네고에서 8년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조윤정 교사는 "파리 시청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수업에 한국어를 채택하기도 한다"라며 "파리 곳곳에는 어학원이 많이 있는데 이제는 한국어가 필수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꼴로드모네고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개방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언어교육을 통해 이러한 다양성을 학습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한국어가 프랑스 사회에서 더 좋은 기회를 부여받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데 약 3년이 걸렸다는 프랑스 학생 이만씨는 "한국은 기술이 많이 발전된 나라. 공학을 배우는 친구들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나 취업 등에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학습에서의 어려운 점으로는 존댓말과 동사 시제 변화가 꼽혔다. 특히 프랑스어는 한국어와 주어, 동사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것으로 보였다.
'K팝'을 통해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는 프랑스 학생 리자씨는 "동사의 시제 변화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표현을 배우는 게 중요했고, 동사를 어디에 두는지 이런 문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답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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